살아가는 이야기

신선(神仙)인가? 강태공인가?

푸른뫼(靑山) 2018. 6.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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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지 도로 건너편에 으슥하게 보이는 곳에서 여름이면 온종일 낚시를 하거나 때로는 작은 침대에서 밤을 보내는 어떤 노인이 있는데 한동안 보이질 않더니 오늘은 마침 계시는 것 같다. 



 



원래 자주 계시는곳은 왼쪽으로 20~30m 들어가고 저수지와는 가파른 경사가 있는 바위 위의 편평하지 않은 곳에 위태롭게 낡은 간이침대를 두고 위로는 참나무 가지에 타포린을 걸쳐서 비나 이슬을 피하였는데 오늘 보니 누군가 텐트를 치려고 닦은 곳인지 편평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노인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수지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이 있다. 원래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라고 했지만,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저 중년은 영주에서 잡은 물고기를 방금 이곳에서 방생했다는데 그것은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가늠이 안 된다.






저수지 물이 들어오는 곳을 우회해서 가는 길이 있으나 100m 정도를 단축하기 위해 이렇게 경사가 급한 사다리를 놓고, 지름길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늘이 진 아늑한 곳에 노인은 머물고 있었다.







이 노인은 작년에 길손이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에서 고정적으로 머무시면서 막걸리를 드시고, 유유자적 낚시를 놓고 있는 것인데 때로는 밤에도 이곳에서 잠을 청한다고 하였는데 보통의 배포로는 흉내 내기가 힘들다. 저수지에는 밤에는 인적이 끊기고 외진 곳이어서 산돼지 같은 야생동물도 있는데 저렇게 노숙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여쭤봤더니 뭐가 무섭냐는 것이다. 노인은 올래 83세로 고령인데 올해 3월에 부인과 사별했다고 한다.






작년에 만났던 노인은 막걸리도 더덕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했으나 장마가 시작되면서 그와 만남은 성사되지 않아 같이 막걸리를 함께 마실 기회는 없었으나 오늘 이렇게 만나니 반갑다면서 마시던 막걸리를 따라준다. 오늘따라 약간 취기가 오른 노인의 눈을 보니 맑고 선량한 눈빛이다. 배우자를 이번 봄에 떠나보냈으니 얼마나 적적하실까? 가끔씩 막걸리를 사와서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려고 한다.







땅거미가 지는 저수지에 놓인낚싯대에서 요란한 방울 소리가 나서 허둥지둥 노인이 내려갔으나 잉어로 보이는 물고기는 낚시까지 끊어 삼키고 도망갔다. 제법 주변이 어두워져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는 길손의 마음이 무겁다. 건너편 도로에 올라서는데 큰소리로 잘 가라는 외침이 들린다. 부디 건강하게 사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