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 사람이 무척이나 싫어하던 비가 오네요.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낙숫물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빗소리가 서글퍼 주차장에 나가 담배도 피워 보고, 거실에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인터넷뉴스도 보고...
아무리 해도 빼곡한 어두움 같은 외로움이 온 몸을 칭칭 감고 풀어주지를 않네요.
그 사람이 내곁을 떠난 지 한참이 된 것 같은데 오늘이 열 하룻날 밖에 안되었습니다.
주말부부였던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서 한 주일 걸러 제천에 오면 두어달만에 보는 것 같더니...
그 사람이 생각나서 먼 산을 자꾸 봤더니 이제는 먼 산만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매사에 의욕도 없어지고 그냥 멍한 눈으로 앉아있다가 친구들을 만나면 애써 잊으려해도
친구부부들의 다정한 모습들을 보면 또 생각나고 홀로 떨어져 거닐며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고
돌이킬수 없는 일이라 깨닫고는 또 절망합니다.
그 사람 없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꺼나 하고 무겁고 지긋한 고민도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외로움을 유별나게 타는 성격이라 그런지 어제도 진통제 두 알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어요.
후딱 나서서 친구를 찾아가려해도 야밤에 반가운 손님이 안 될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돌려 먹기도 합니다.
월말이 다가오니 이것 저것 일상생활적인 문제가 옥죄어 오네요.
육년 전에 제천으로 내려올 때 모든 경제권을 그 사람에게 맡기고 저는 유유자적 시골생활을 즐기기만 했었지요.
시골로 내려와서부터는 주일 마다 용돈을 타쓰기만 했더니 난감합니다.
그 사람의 수첩에는 소소한 것도 있고 크게는 수천만원을 어떤 사람에게 빌려줬는데 이름만 있고 연락처는 없고
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사람이라 실수는 없었을텐데... 또 그 만지기 싫어하는 돈으로 골치아프게 생겼습니다.
콧구녕 만한 민박집이라고 벌려놓고 일하며 작은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만 했는데 벌을 받나 봅니다.
굵은 비가 투닥투닥 하염없이 옵니다.
모여서 흘러가는 수량이 제법인데 골치아픈 일일랑 그 빗물에 씻겨서 머리가 맑아졌으면 좋겠어요.
인생이란 때로는 무서운 것인데 혼자서도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부터는 민박을 접고 가족별장으로만 쓰기로 했던 제천집
다시 갈고 빛내어 손님을 받아야할지, 아주 작게 줄여서 꼬물꼬물 살아가야 할지...
그 사람 떠난지 겨우 열흘 밖에 안되었는데 앞날의 걱정이 그리움을 앞질러 나가기 시작하네요.
처음에는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며 미련없이 뒤를 따라 가는 방법만 연구되더니
삼우제를 치루고 며칠이 지나자 살아가면서 당신만 그리워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면 펑 젖은 눈이 되더니
이제는... 저라는 인간은 역시 한 푼의 가치없는 속물에 지나지않나 봅니다.
이렇게 잊어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한없이 불쌍합니다.
기도에 기도에 기도를 보태야겠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그 사람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