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개구리와 꽃뱀의 목숨을 건 눈치 싸움

푸른뫼(靑山) 2025. 6. 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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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에서도 뱀 구경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물이 흐르는 '수로(水路)'도 전부 시멘트로 만들어졌고, 도랑도 모두 시멘트와 석재로 견고하게 거의 직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뱀도 한 번 그곳으로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시골 고향 집 옆 개울의 시멘트 콘크리트로 만든 작은 '치' 밑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화사(꽃뱀)'이다. 아마도 자신이 있는 곳에서 50cm 위에 자신이 노리는 개구리가 자신의 찢어진 혓바닥에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 꽃뱀이 직벽을 올라 머리를 위로 올리는 순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물결 속에서 작은 개구리가 풀쩍 아래로 사력을 다해 뛰어내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뱀은 방향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꽃뱀은 작전을 바꿔서 개구리가 있는 곳을 크게 우회하여 콘크리트 벽을 올라가서 기회를 엿보는 때에 나는 그 꽃뱀을 잡고자 긴 쇠막대기를 들고, 50여m를 급히 우회하여 뱀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꽃뱀은 내가 속보로 걸어오는 진동을 느꼈는지 도망가고 없다. 정말 잽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뱀은 도망가고 없고, 뱀이 노리는 그곳에는 다섯마리의 참개구리가 있는데 20여 분을 지켜보아도 미동도 없다. 죽음 앞의 공포에 질렸는지 아니면 자신을 먹으려고 다가오는 뱀을 기만하기 위함인지 몰라도 참으로 자연의 섭리는 놀랍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뱀의 시선을 끌 것이고, 뱀의 시선에 포착된 개구리는 꽃뱀의 한 끼 식사가 될 것이 자명하므로 아마도 누군가 먼저 나서서 목숨을 담보로 뱀의 시선 끌기를 바라는 치킨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