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8. 19:53ㆍ카테고리 없음
배고픈 동심을 달래줬던 감나무가 이젠 여기저기 가지가 부러지고, 늙은 고목 티가 난다. 수령이 100년이 훨씬 넘었을 감나무는 글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고맙고 감사한 나무야!! 비록 너는 늙어가지만, 네가 베풀었던 것을 기억하는 이가 있으니 어찌 보람되지 않았다고 하겠느냐? 봄이면 새싹을 틔우고, 또 감꽃을 피워 떫은 감을 만들고, 가을이면 홍시와 곶감으로 기어이 보답하고야 마는 나무야! 너는 고향의 엄마 젖가슴이었다.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보기가 안타깝다마는 내 마음으로나마 푸른 바닷가로 너를 데려가련다.
어느 여름날 멱을 감던 후배 2명을 오롯이 품어 큰 슬픔을 주었던 작은 저수지는 말이 없이 꽁꽁 얼어붙었다. 초행길에 안부 인사도 없이 황망히 가족 곁을 떠났던 그들이 전하고 싶었고, 가슴에 묻었던 그 사연들은 너는 알고 있겠지?
허술한 비 가림막에 어른 손목보다 굵은 말뚝을 마당 구석진 두엄더미 옆에 얼기설기 박아 볏짚으로 꼰 새끼로 성글게 엮은 돼지우리에 늘 질퍽한 오물 속에 발을 담그고 설거지 구정물과 보리 딩기(보리겨의 경상도 방언)와 쌀 딩기[쌀겨 : 미강(米糠)]을 주식으로 삼았던 바크샤는 늘 사람을 보면 쳐다보며 꿀꿀거렸는데 5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그 자리엔 토종돼지가 신식 우리에 뽀송뽀송한 흙 위에서 자라고 있다.
아무리 돼지지만, 저렇게 못생긴 돼지를 보니 웃음이 난다. 그래 못생기면 어떻더냐? 따로 신방 차릴 일도 없을 것이고, 속된 말로 돼지 인물보고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으니 쳐다보는 이들이 못생겼다 해도 그리 서운하게 생각 말거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