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8. 07:30ㆍ카테고리 없음
우리 포대는 4개 소대가 있었고, 내가 속했던 본부 소대는 행정반, 상황반, 통신반, 수송반, 취사반 이렇게 편성이 되어 있었는데 포대장실, 행정반, 상황반이 작은 건물에 같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1개 소대가 사용하는 내무반이 있고, 목욕탕, 취사반 순으로 건물이 있었으며, 계단을 내려가서 연병장 구석에는 수송반이 있었다.
3개소대는 밖에 나가 있었는데 작은 산에도 있었고, 활주로에도 막사가 있었는데 그들의 생활은 무척 열악하였다. 우선 물이 충분하지 않아 일부 막사는 수돗물이 없어서 공군전투기에서 사용하는 낡은 보조연료통을 개조하여 공군급수차가 물을 공급하여 그것을 사용하였고, 급식은 본부소대 취사반에서 만들어 급식 차량으로 3개 소대를 돌았는데 조악한 보온 통에 담아 배달하니 제일 뒤에 받는 막사는 늘 식은 밥을 먹기가 일쑤고, 라면을 먹는 날은 완전히 퍼져서 국물은 없고, 떡밥처럼 짓이겨진 것을 먹고 지냈다. 지금 생각하니 같은 포대에 있었어도 천당과 지옥이었다.
본부와 멀리는 6km 이상 떨어져 있으니 성질 고약한 포대장을 보지 않아 마음은 편했을 것이지만, 그들은 밤낮으로 포대에서 보초서는 것이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교육 등으로 본부소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남루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상황반은 우리가 2차대전 영화를 보면 상황실 내부 중간에 투명한 유리로 벽처럼 만든 상황판 위에 그려진 지도가 있고, 그 유리 앞에는 지휘관들이 않아서 그 상황판을 보고, 상황판 뒤쪽에는 상황병들이 지휘관들을 마주보면서 글씨를 거꾸로 쓰며 적기의 침투현황을 그리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후반기 교육에서 글씨를 거꾸로 쓰는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한 그런 병사들이 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우선 그렇게 지독했던 포대장이 군 복무를 오래 했을 리는 만무하고, 소령 진급에 실패하고, 사회에 나갔을 텐데 전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험한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겠나? 하는 추정이 된다.
그의 워카에 쪼인트가 까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이라면 그런 지휘관은 벌써 감옥에 갔거나 군복을 벗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가 군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선하고, 그의 목소리도 내겐 선명하다.
언젠가 야외훈련을 나가서 통신 선임하사(상사)와 길손 그리고 다른 졸병과 잠시 풀밭에 드러누웠다가 걸려서 포대장은 세 명을 자신이 서 있는 곳보다 약간 낮은 곳에 우리를 세운 다음 선임하사는 열외로 하고, 길손과 다른 졸병을 워카발로 허벅지를 연거푸 서너 번 제 힘껏 찼는데 얼마나 아픈지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순식간에 허벅지가 주먹만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옆으로 쓰러졌는데 마음은 일어서려고 하나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독종이었다.
소대 병사들이 사용하던 무기는 2차대전에 사용하던 고사기관총이었는데 얼마나 고물인지 정비에 애를 먹었는데 그래서 군복이 늘 기름기가 묻어있고, 짬밥이라도 따뜻한 것을 먹었으면 좋으련만 늘 돌처럼 식은 짬밥을 먹으니 제대로 소화될 리도 없을 뿐 아니라 식욕마저 잃었는지 얼굴에는 생기가 없고 늘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군용 트럭에 얹은 캘리버 50기관 총 4문으로 만든 포를 넣은 포상에서 헤드폰을 쓰고 24시간 교대 근무를 했는데 헤드폰은 본부소대 상황병과 다른 포대의 경계병들과 수시로 통화하기 위한 유선통신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늘 말썽이었다. 통신병들이 수리를 열심히 해도 어떤 곳에서는 소리가 모깃소리처럼 들려서 본부 상황 장교나 상황병이 찾을 때 제때에 대답을 못 하면 어김없이 완전군장으로 3~6km를 구보로 뛰어 들어와서 연병장에서 완전군장을 한 채로 포복 기합을 1~2시간 받고는 축 처진 몸으로 그들의 막사로 돌아가곤 했다.
야간에는 더 말썽이었는데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도 바람을 피할 곳 없는 포상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트럭 운전석으로 몰래 내려와서 경계를 서다가 아뿔싸 그만 잠이 들고 만 것이다.
상황반에서 야간에 수시로 24개 포대에 대해 이상유무 점검을 하는데
"1포부터 24포까지 이상유무 보고하기 바란다. "
"격추!! 1포 일병 홍길동,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상황반에서 각 포를 호출하는 것은 24개 포대가 모두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
"격추!! 2포 이병 주시경,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격추!! 3포 병장 조용필,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4포가 조용하다.)
"4포"
"....................."
"4포, 4포 안 들리나?"
"....................."
"어라 이 새끼들이 코 박고 있나? 야~~!!
3포 너 인마 빨리 4포가서 전화 받으라고 해~
이 자식들이 군기가 빠졌어 "
(한참 지난 후에)
"격추~~!! 4포 상병 안정호입니다. 근무 중~~"
(이상유무 보고 중간에 말을 끊고)
"너 이 새끼 지금 당장 막사에 가서 후임 경계병을 깨워서 교대하고 완전군장으로 본부연병장에 30분 내로 구보로 신속히 들어온다.
알났나? 실~~시~~!! "
"잘 알겠습니다. 실시~~~!!!"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