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스크랩] [Sports 인사이드] "유서 쓰고 떠난 항해… 아직 7~8개월 남았네요"

2011. 6. 9. 14:4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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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Sports 인사이드] "유서 쓰고 떠난 항해… 아직 7~8개월 남았네요"    2011/06/09 14:39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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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출처 : [Sports 인사이드] "유서 쓰고 떠난 항해… 아직 7~8개월 남았네요"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02/2010080201941.html

[Sports 인사이드] 요트로 10개월째 세계일주하는 윤태근 선장
돛 찢기고 기계 고장땐 며칠 뜬눈으로 키 잡아
외로움에 후회도 수차례 꿈을 위해 고통 견디죠

부산 수영만에서 만난 윤태근(48) 선장을 보면 꿈을 아예 접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소방수였던 그는 마흔 살에 무작정 요트에 뛰어들어 지난해 10월 결국 단독 세계 일주를 떠나는 데 성공했다. 부산 수영만을 출발해 일본→동남아→인도양→지중해→파나마운하→태평양을 지나 부산으로 돌아오는 4만㎞ 대장정이었다. 중간 중간 항구에서 쉬었다가 가는 '기착 항해'를 떠났던 윤 선장은 완주를 7~8개월가량 앞두고 튀니지 타발카항(港)에 배를 정박한 채 잠깐 귀국했다. 지중해에 7월까지 이어지는 허리케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소방수에서 선장으로

1987년부터 부산 해운대소방서 소속 소방수였던 윤 선장은 1993년에 돌연 사표를 던졌다. 아내 정소정(48)씨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이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겠다"고 홧김에 말을 내던진 뒤였다. 직장에서 나오니 먹고살기가 녹록지 않았다. 그는 10년간 생선 장사, 덤프트럭 운전사, 금연 보조제 판매 등을 했지만 뜻대로 풀리는 것은 없었다.

윤태근 선장에게 바다는 도전정신과 인내심을 가르쳐주는 스승이자 현실과 꿈을 이어주는 통로이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2003년 여름 그는 부산에 요트 운송 회사를 차렸다. 부산에서 태어나 늘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는 꿈을 갖고 지냈던 그는 요트를 대신 옮겨 주는 일로 요트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첫 항해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두려워 바다 한가운데 요트를 세우고 바들바들 떨기도 했던 윤 선장은 2005년엔 한반도 해안선을 일주할 만큼 노련한 요트 꾼이 됐다.

세계 일주를 향한 첫 걸음은 2007년에 시작됐다. 부산의 아파트를 팔아 37피트(약 11m) 길이의 요트 인트레피드호(號)를 덜컥 샀다. 그리고 2년간 모은 돈 1억원으로 위성항법장치, '오토 파일럿(자동항해장치)', 시간당 185W(와트)를 내는 태양열 발전기를 달았다. 1년간 가족에게 줄 생활비 5000만원도 만들었다. 작년 4월, 윤 선장은 가족에게 "세계 일주를 떠나겠다"고 선포했다. 남편의 고집을 잘 아는 아내는 "유서(遺書) 쓰고 가라"는 조건만 달았다.

"세계 일주 전도사가 되겠다"

윤 선장은 "육체적인 고통은 꿈을 위해선 당연히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땡볕 아래에서 수십일씩 배를 타는 것은 물론 힘들었다. 하지만 순풍을 타고 파도를 가를 때 느껴지는 자유는 고생을 모두 상쇄시켜 주었다. 음식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물 520L(식수 120L+작업용 400L), 연료 360L, 쌀 50㎏, 김치 10㎏과 고추장·된장을 한국에서 챙겨갔다. 윤 선장은 "밥 한술과 김치찌개만 있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고 말했다. 강풍에 돛이 찢어지고 '오토 파일럿'이 고장 나 며칠간 잠도 못 자고 키를 잡기도 했다. 그것 역시 꿈을 좇는 베테랑에겐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었다. 윤 선장은 "지독한 외로움은 앞으로도 견뎌내기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수개월간 혼자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보면 끝 모를 고독에 '뭐하러 세계 일주를 하겠다고 나섰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좋다는 몰디브에도 감흥받지 못했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해군에 간 장남 영준(21)과 대학생이 된 차남 준호(18)에 대한 미안함도 가슴에 맺혔다. "아빠 빨리 와"라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막내아들 건호(12)의 전화에 '다신 (세계 일주) 안 한다'는 다짐도 몇 번이나 했다.

윤 선장은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상상으로 외로움을 이겨낸다고 했다. 첫째는 부산에 도착했을 때의 쾌감이다. 그는 "요트의 가장 큰 매력은 힘든 항해를 마치고 갑판에서 느끼는 '고행(苦行) 끝의 행복'인데, 세계 일주를 마치면 어떤 기분이 들지 벌써 궁금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막연하게 세계 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세계 일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바다에서 맞는 무한한 시간과 자유에 대처하기 위해 '한없는 인내심'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5일 튀니지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