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일 만에 귀환 윤태근씨… 항해 거리 5만7400㎞
"쉽지 않은 바다는 없었다… 가족들? 보고 싶었죠… 외로울 땐 힘 됐어요"
"하고 싶은 것, 꿈꿔 오던 것, 결국 이뤘습니다."나이 마흔 넘어 요트에 뛰어든 윤태근(48)씨. 7일 오전 11시 30분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요트를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돈 그가 돌아왔다. 길이 11.3m짜리 요트 '인트레피드'를 타고 재작년 10월 11일 홀로 떠난 지 605일 만이다. 그의 항해는 한국을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온 최초의 단독 요트 세계 일주 항해다. 거리가 5만7400㎞에 이른다.
- ▲ 홀로 요트를 타고 605일간 세계를 일주하며 5만7400㎞를 항해한 윤태근 선장이 7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귀환해 기쁨에 겨워 손을 흔들고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윤씨는 1987년 해운대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그만뒀다. 이후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며 일단 과일장사와 화물트럭 기사로 일하다가 '뗏목 타고 태평양을 건너겠다'던 중학 시절 꿈이 떠올랐다. 2003년 그는 요트를 옮겨주는 회사를 차려 요트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첫 항해에선 파도와 바람이 무서워서 바다 복판에 요트를 세우고 오돌오돌 떨기만 했어요. 하지만 2~3년 지나면서 우리나라 해안 구석구석을 다닐 만큼 기술이 늘었죠."
세계 일주를 향한 첫 걸음은 2007년 시작됐다. 부산의 아파트를 팔아 인트레피드호(號)를 사들였다. 그리고 모아온 돈으로 위성항법장치, 자동항해장치, 태양열발전기를 마련했다. 1년간 가족이 사용할 생활비는 따로 챙겨 건넸다. 부산 협성건설과 요트인들의 도움을 받아 경비 2억원을 마련해 대장정에 올랐다.
"배를 타고 나가 우리의 지구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열정이 나를 세계의 바다로 나가게 한 거죠. 하지만 거친 바다에서의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는 "그런 고통의 순간마다 내 가족, 그리고 도움을 주신 분들을 떠올리며 버텨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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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을 출발해 1년 8개월 동안 단독으로 세계일주 항해를 한 부산 출신 윤태근(48) 선장이 7일 오전 대장정을 마치고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 입항하고 있다. 윤 선장은 지난 20개월 동안 5만7400㎞를 향해해 28개국을 방문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