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처럼 보이는 곳에도 사람은 산다.

2020. 2. 13. 18:00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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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외로이 서 있는 교회당 건물은 이미 흉가가 되었는지 오래되었다. 개인 사유지로 짐작은 되지만, 저렇게 방치되어 있으니 산책로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게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해가 지면 외진 곳이라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 24~5년 전에 길손이 이곳을 다닐 때는 '시온산 기도원'이라는 팻말이 있었고, 오른쪽의 작은 건물에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15년 전쯤부터는 그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이제는 흔적만 남았다.






군대 담벼락처럼 철조망을 얹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저곳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의 느낌으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장소 같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곳에 어떤 중년의 남자가 찾아오고 있다. 아니 그곳에서 고양이 하고 사는 중인 것 같았다. 그는 경산에 산다고 했는데 가끔 나타나다가 최근에는 아주 저곳에 정착한 것 같았다. 오른쪽에 보이는 흰 차량이 그의 승용차다.










왼쪽에 푸른 타폴린으로 덮은 건물에 옛날 사람이 살면서 오른쪽 개울로 물이 내려오면 개울물에 설거지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사진 오른쪽에 패널로 지은 한 칸짜리 건물이 있는데 저곳에 그 남자가 살고 있다. 3~4년 전인가? 인근 밭에서 경비를 서던 오드 아이 강아지와 함께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근처를 갔다가 고양이와 개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고양이를 공격한다고 생각한 어떤 남자가 저곳에서 식칼을 들고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개를 죽일 심산인지~ 아니면 길손을 공격할 심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런 상태가 되니 공포심과 더불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라는 엄포와 함께 그는 예의 저 건물로 들어갔다.





그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고양이 사료로 생각되는 생선 쓰레기를 엄청나게 가져와서 저 건물 바로 옆에 쌓아 두니 악취가 이만저만이 아닌 곳에서 고양이와 지저분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니 대화가 어려운 상대일 것 같아서 다음부터는 저곳을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욱수지 못 둑에서 그곳을 조망해본다. 개인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저런 흉물스러운 건물을 방치하는 것은 수성구청의 직무유기로 보인다. 누차 강조했지만, 수성구청 공무원들에게 그런 건의를 하는 것과 처분을 바라는 것은 사치이거나 헛된 망상일 수도 있다.






내려오면서 보니 그 남자가 기거하는 곳에 전깃불이 들어왔다. 엄연히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