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내의 식사
2011. 6. 25. 00:41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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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흘 전부터 아내는 도무지 음식냄새를 못 맡습니다.
코가 막힌 것이 아니라 속이 울렁거려서 못 맡습니다.
그래서 순 과일과 채소로 아내의 밥상을 차립니다 만 몇 조각 먹다가 맙니다.
조금이라도 식욕이 돋을까 싶어서 도시락처럼 차려보기도 합니다.
여기에 현미찹쌀밥으로 집에서 만든 누룽지로 끓인 누룽지탕을 곁들입니다.
양배추와 토마토 삶은 것도 같이 상차림에 들어가지요.
오늘은 아기들이 먹는 분유를 사다가 더운 물에 타서 두어잔 먹었는데 잘 넘어가나 봅니다.
요즈음 저는 아내가 먹다가 남긴 걸 먹습니다.
매번 아내에게 신선한 것을 먹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안 먹으면 그냥 버리게 되니까요.
덕분에 저도 건강식을 먹습니다. ㅎㅎㅎ~
어제 냉장고를 열어보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평소에 먹던 것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잠시 제가 자리를 비우고 아내가 무엇을 먹고싶어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아내가 섭섭해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먹을 것은 몽땅 아랫층 큰방의 냉장고로 옮기고 아내를 위한 것으로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아내가 쌀이 익는 냄새를 싫어하니 밥통이니 쌀이니.. 모두 아랫층으로 옮기고 저는 아랫층에서 밥을 먹기로 했어요.
하지만 오늘은 밥그릇을 들고 내려가는 저를 보고 아내는 아랫층이 추우니 여기서 먹으라면서 방으로 들어가줬어요.
내일부터는 제가 언제 밥을 먹는지 아내가 모르게 감쪽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출처 : 오후의 산책처럼...
글쓴이 : 일월 원글보기
메모 : 세상과 바꿀수 없는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못올 길로 떠나 보낸 한 지아비의 독백이 진하게 묻어나는 글을 이곳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