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5. 00:47ㆍ카테고리 없음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낙숫물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빗소리가 서글퍼 주차장에 나가 담배도 피워 보고, 거실에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인터넷뉴스도 보고...
아무리 해도 빼곡한 어두움 같은 외로움이 온 몸을 칭칭 감고 풀어주지를 않네요.
그 사람이 내곁을 떠난 지 한참이 된 것 같은데 오늘이 열 하룻날 밖에 안되었습니다.
주말부부였던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서 한 주일 걸러 제천에 오면 두어달만에 보는 것 같더니...
그 사람이 생각나서 먼 산을 자꾸 봤더니 이제는 먼 산만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매사에 의욕도 없어지고 그냥 멍한 눈으로 앉아있다가 친구들을 만나면 애써 잊으려해도
친구부부들의 다정한 모습들을 보면 또 생각나고 홀로 떨어져 거닐며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고
돌이킬수 없는 일이라 깨닫고는 또 절망합니다.
그 사람 없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꺼나 하고 무겁고 지긋한 고민도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외로움을 유별나게 타는 성격이라 그런지 어제도 진통제 두 알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어요.
후딱 나서서 친구를 찾아가려해도 야밤에 반가운 손님이 안 될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돌려 먹기도 합니다.
월말이 다가오니 이것 저것 일상생활적인 문제가 옥죄어 오네요.
육년 전에 제천으로 내려올 때 모든 경제권을 그 사람에게 맡기고 저는 유유자적 시골생활을 즐기기만 했었지요.
시골로 내려와서부터는 주일 마다 용돈을 타쓰기만 했더니 난감합니다.
그 사람의 수첩에는 소소한 것도 있고 크게는 수천만원을 어떤 사람에게 빌려줬는데 이름만 있고 연락처는 없고
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사람이라 실수는 없었을텐데... 또 그 만지기 싫어하는 돈으로 골치아프게 생겼습니다.
콧구녕 만한 민박집이라고 벌려놓고 일하며 작은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만 했는데 벌을 받나 봅니다.
굵은 비가 투닥투닥 하염없이 옵니다.
모여서 흘러가는 수량이 제법인데 골치아픈 일일랑 그 빗물에 씻겨서 머리가 맑아졌으면 좋겠어요.
인생이란 때로는 무서운 것인데 혼자서도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부터는 민박을 접고 가족별장으로만 쓰기로 했던 제천집
다시 갈고 빛내어 손님을 받아야할지, 아주 작게 줄여서 꼬물꼬물 살아가야 할지...
그 사람 떠난지 겨우 열흘 밖에 안되었는데 앞날의 걱정이 그리움을 앞질러 나가기 시작하네요.
처음에는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며 미련없이 뒤를 따라 가는 방법만 연구되더니
삼우제를 치루고 며칠이 지나자 살아가면서 당신만 그리워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면 펑 젖은 눈이 되더니
이제는... 저라는 인간은 역시 한 푼의 가치없는 속물에 지나지않나 봅니다.
이렇게 잊어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한없이 불쌍합니다.
기도에 기도에 기도를 보태야겠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그 사람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