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8. 16:16ㆍ카테고리 없음
충북 영동군 양강면 양정 죽천로 69에 소재하는 '남성대(南城臺)' 체력단련장에 처음 왔다. 육군에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고 '남성대(男性臺)'가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한글 전용의 첫 세대쯤 된다. 따라서 한자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읽고 사용하는데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중앙일보가 1965년 창간되었고, 당시 대학에 진학하려면 신문 사설을 읽어야 한다는 고교 선생님의 권유로 1974년부터 중앙일보를 접했으니 정말 오래전이었다. 당시는 한글과 한자 병용이었으니 어려운 한자는 옥편을 찾아가면서 알아나갔고, 한자를 자주 써보면서 천자문 정도는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심심(甚深)하다", "금일(今日)"이 회자하는 것을 보고,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 교육이 한글 전용만 강조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예를 보여준 것 같아서 씁쓸하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5/115132511/1
비가 지나가서 그런지 오늘은 아주 청명했으며 바람은 없고, 햇볕이 따갑다. 오곡백과가 실하게 영글겠다. 대전서 온 사람들과 같이 1번 '월류봉 홀' 파 4홀부터 라운딩을 시작한다.
앞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의 이름은 알 수가 없으나 내가 보기에는 아주 특색이 있어 보인다. 동남아 어느 국가에 온 듯한 착각도 든다. 앞에 해저드가 있으나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중앙을 보고 치고 나가면 된다.
홀 이름은 충북 영동의 팔경(?)을 갖다 붙인 것 같았다. 페어웨이 가운데 선 작은 소나무를 겨냥하라고 했는데 나는 이곳에서 엎어 치는 샷을 했다. 한 번은 오른쪽으로 슬라이스 또 한 번은 왼쪽 커다란 훅을 냈다. 잘되던 드라이브가 요즘 이상하다. 스윙플레인이 시원찮았나?
슬라이스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⓵ 어깨 회전이 충분하지 않을 때 ⓶ 공을 보고 어깨가 달려들면서 엎어칠 때다. 그래서 척추각 유지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3번 파 5홀을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반자가 티샷 박스에서 내가 자꾸 오른쪽으로 에이밍한다고 한다. 내 딴에는 왼쪽을 오픈하고 섰다고 생각하고 쳤는데도 오른쪽으로 푸쉬 성의 볼이 난다. 거리가 200m 조금 못 미치는 사람이라면 중앙으로 보내는 것이 더 버겁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드라이버 랜딩 존 앞에 기다란 연못? 같은 해저드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저드를 건너면 언듈레이션이 심한 오르막이 있기에 대부분 세컨드 샷을 칠 때 몸을 일으키는 극히 인간적인 샷을 하기 때문에 공의 '대가리'를 까서 공으로 수제비를 뜨거나 다이빙을 시킬 수가 있다. 다행히 내가 친공은 오른쪽 벙커 앞으로 가면서 전반에는 해저드가 아닌 곳으로 돌아갔고, 후반전에는 5번 우드로 물을 건넜다.
그냥 평범하다. 두 사람이 거리측정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편차가 20m 가까이 난다. 부쉬넬을 더 믿을까??
5번 홀 파 4홀이다. 왼쪽으로 완만히 휘는 도르렉 홀인데 티샷 박스에서 왼쪽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오른쪽 그린은 사용 안 하고, 왼쪽 그린에 핀 2개를 꽂아 놓고, 전반에는 왼쪽, 후반에는 오른쪽 이렇게 했는데 티샷이 훅이 난다면 세컨드 샷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6번 파 3홀이다. 원래는 이곳에서 긴 티샷을 했다고 하는데 저 밑으로 이동해서 친단다.
아닌 말로 미들 아이언으로 공 대가리를 까서 앞에 떨궈도 그린까지 굴러가겠다. 이런 멋진? 파 3홀을 보고 다른 골프장에서는 배우기 바란다.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7번 홀은 파 4홀인데 경사가 있는 언덕배기를 올려다보면서 티샷하여 언덕을 넘기면 그린이 가깝게 있다. 이곳에서는 똥꼬에 힘을 주고 어깨에 힘을 빼고 손목을 부드럽게 해서 드라이브를 돌리면 무난히 능선을 넘길 수가 있다.
언덕 위의 사정은 이렇다.
8번 홀의 원래 티샷 박스는 이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제는 이곳을 사용하지 않고 밑으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치면 비록 타수는 늘어날지 몰라도 시원한 티샷의 느낌이 들기 엔 충분할 것 같다.
8번 홀 파 4홀이다. 이곳도 예전에 티샷하던 곳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티샷 박스가 있다. 내 짐작으로는 원래 파 5이었는데 어떤 연유로 아래인 이곳으로 이전한 듯하다. 혹시 성남에서 영동으로 이전한 육군종합행정학교의 교장이 이전 기념 라운딩을 하다가 위에 있는 티샷 장소에서 똥꼬에 너무 힘을 주어 물똥을 지렸거나 아니면 전장이 길어서 양파를 하여 부하 군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 열받아서 밑으로 옮겼는가??
격세지감을 느낀다. 상전벽해를 느낀다? 앞에 보이는 곳이 '육군종합행정학교'라고 한다. 나는 경천동지라고 표현한다. 내가 입대했던 1978년 초에는 모든 건물이 밝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온통 회색빛으로 "히덕서거리(볼품없는-경상도 방언)"했는데 우와~ 시쳇말로 "군대 좋아졌다!!"
벙커 오른쪽으로 떨어졌다면 아일랜드 왼쪽 해저드를 건너서 투온도 가능하다. 우리 동반자 한 명도 투온했다. 나는 전반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조금 모자라서 옆으로 돌아갔고, 후반에는 투온을 시도했다가 그만 아일랜드 왼쪽 다리 오른쪽에 낙하하는 낭패를 보았다. 해저드를 지나는 우드 샷을 할 때 극히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동작은 공을 띄우려는 행동이다. 그렇게 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채를 들어 올리다가 냅다 공 대가리를 까서 물에 빠트리는 것이다. 로프트 각도를 믿고 공 밑을 보고 냅다 헤드를 박은 다음에 공이 떠났다고 느껴지면, 그때 공 대가리 말고, 사람 대가리를 들면 되는 것이다. 쉽쥬?
세컨드 샷 지점으로 내려오다가 티샷 장소를 봤다.
8번 홀 그린 주변에 와서 뒤를 돌아보니 멋진 풍경이 보인다. 2번 홀이 '이암산(離岩山)홀'이었는데 생김새가 비슷하다. 귀촌을 하여 이곳에 집을 짓고 저런 풍경을 보고 산다면 신선도 부럽지 않겠다.
이암산(離岩山)을 네이버 지도에서 찾아봤다. '이바위산(301.6m)'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남성대 체력단련장에서 본 방향에 이 산이 있었으므로 '이암산(離岩山)'임을 확신한다.
9번 파 5홀이다. 앞의 커다란 해저드가 위압감을 주지만, 별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경사가 진 세컨드 샷에서 투온이 쉽지 않을 것이고, 그린에 못 미치면, 세 번째 샷도 피곤하다. 페어웨이에서 그린은 보이지도 않고, 깃대의 상부만 보였다.
9번 그린의 홀은 서비스 홀이다. 커다란 냄비가 그린에 박혀 있다. 언듈레이션이 심한 페어웨이에서 천신만고 끝에 그린에 올라온 골퍼에게 남성대 체력단련장에서 작은 선심을 쓰는 것이다. 나의 전반 네 번째 샷이 온갖 역경을 딛고, 이렇게 핀 근처에 왔다. 논산 더 힐 CC에서의 낭패감을 교훈삼아 괄약근을 몇 번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긴장을 풀고 탁 끊어서 쳤더니 홀로 빨려들어간다. 세컨드 샷에서 공 대가리만 까지 않았다면 무난히 버디를 낚을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이런 조그만 실수가 겹쳐서 싱글이 되지 못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다.
후반에는 왼쪽 핀 원 안에 들어서 전반이었다면 버디를 했을 것인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또 파로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