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보금자리
지진이 나도 끄떡없을 철교 밑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아무리 센 비바람과 추위가 와도 끄떡없겠다. 욱수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이 무수히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오늘 바깥 날씨가 추우니 저렇게 둥지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보금자리 터는 볼 줄을 안다. 보금자리 아래에는 인근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는 길고양이가 득실거리는데 정말로 좋은 곳에 터를 잡았다. 철로 위로 열차가 우렁차게 지나가도 이미 만성이 되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왼쪽 둥지에 있던 수컷 아비는 불안을 느꼈는지 날아가 버렸고, 오른쪽에는 암컷으로 보이는 비둘기가 벽 쪽으로 새끼를 밀어 넣으면서 보호 태세를 취한다.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