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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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원 없는 야간 간이역에서
역무원도 없는 쓸쓸한 초가을 어느 시골 간이역으로 야간열차가 들어온다. 하루에 고작 3~4회 다니는 열차는 바쁜 사람이 타기에는 너무 한가롭다. 국민학교 다닐 때 철없는 호기심으로 10리 길을 땀에 젖어 연신 미끄러지는 고무신을 신고 뻘뻘 땀을 흘리며 철로에 도착한 동심은 주머니에서 못을 몇 개 꺼내 철로에 얹고, 뜨겁게 달구어진 철길에 쪼그려 앉아 귀를 댄다. 언제 올 줄 모르는 기차를 주린 배를 참으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열차가 지나가면서 바퀴에 납작하게 눌린 칼처럼 생긴 못을 하나씩 들고, 땟국물 흐르는 목덜미를 작은 손으로 연방 훔치면서 납작한 못을 전리품인 양 손에 들고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왔던 그 시절이 아련하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2020.10.02 -
기찻길과 사슴
앞서가는 사슴도 난감하겠지만, 뒤따라 가는 기관차는 더 난감하겠다.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뛰는 사슴은 기관차가 자신을 해치는 포식자로 생각했는가 보다. 포식자에게 나는 아직 달아날 힘이 있다는 듯이 여유 있게 펄쩍펄쩍 과장해서 뛰는 동작을 보여준다. 눈이 많은 홋카이도에서..
2018.02.05 -
모순(矛盾)의 현장(?)
한섬해변 위를 지나가는 철길이다. 저쪽은 동해역 방면이고, 저쪽은 묵호역 방면이다. 감추사(甘湫寺)와 감추해변을 가기 위해서는 하늘을 날아서 건너거나 오직 이 열차가 다니는 복선 철로을 무단 통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너는 유일한 통로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통행제지 철골..
201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