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 11:04ㆍ스크랩
노무현 청와대의 국방보좌관 출신…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김희상(73)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방보좌관 출신이다. 당시 노 대통령에게 국익 차원에서 이라크 파병을 설득했던 인물이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냈고 남북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원회의 차석 대표로 일한 바 있다.
―이런 말씀을 하면 '수구냉전 세력'이 됩니다. 남북 정상 간의 개인적 친밀감과 유대, 신뢰가 한반도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만의 유대가 오히려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명박·박근혜와 그 정부의 인사들은 감옥 보내고 작살내면서 왜 김정은에게만 따뜻한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그런 인물"이라고 품평했지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이미지 개선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준 거죠. 그는 고모부 장성택과 형 김정남을 죽였고 고급 관료 354명을 처형했습니다. 그 잔인함과 양면성은 왜 잊나요. 정상회담 이벤트로 몹시 위태로웠던 김정은 체제는 안정이 됐고, 40%대로 내려가던 문 정권의 지지율도 되살아났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쇼로 한반도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요."
―문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의 환대에 너무 감격했던 것이 아닌가, 북한 정권의 본질을 안다면 동원된 환영 인파에 저렇게 감동하고 고마워해도 되는가, 당시 생중계를 보면서 이런 불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유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독재자와 협상할 때면 좀 더 드라이한 자세가 필요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국제 무대에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서 나서려는 욕구는 있어 보였습니다.
"대북 제재 상황을 모면하려는 겁니다. 다른 선택이 없어요. 철저한 정보 통제 기반 위에 서있는 왕조적 독재 체제라는 북한 상황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가 이런 회담으로 자신의 권력 체제와 직결된 핵을 포기할 리도 만무하고."
김희상 이사장은 “함께 근무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를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핵을 버리고 그 대신에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담보했지 않습니까?
"과거 노무현 시절 내가 북측 인사에게 '핵만 폐기하면 원하는 대로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김정일에게 전해달라'고 하니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딱 자르더군요. 북한은 핵에 대해 '통일의 원동력' '만능의 보검'이라고 여깁니다."
―김정은은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라고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명 평양시민 앞에서 비핵화를 언급했습니다. 이 정도면 비핵화가 공식화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은 영변 핵 기지와 미사일 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조치도 약속했는데?
"북한은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숨겨 놨어요. 핵·미사일 실험장 폐쇄는 실질적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고, 고정 발사대가 필요 없는 이동식 탄도미사일도 다량 보유하고 있어요."
―의심을 갖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강경 보수 진영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대체 보수의 답은 뭡니까?
"북핵 문제를 오래 연구해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은 이스라엘처럼 직접 파괴하든지, 핵 포기 않으면 죽든지 혼이 나든지 겁이라도 나게 해야지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리비아의 카다피도 미군의 폭격에 혼이 난 다음 핵을 포기했고, 1994년 김일성도 미국이 영변을 공격하겠다니까 제네바 회담장으로 나온 겁니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이 계속됐다면 벌써 북핵 문제 해결의 결정적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 한국이 앞장서 '전쟁 난다'고 국민에게 겁을 줬습니다."
―보수 성향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작년 말 주한 미군은 워게임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한국군을 빼고 영국군과 호주군을 대신 넣었어요. 한국과 같이하면 정보가 새나간다고 본 겁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에 전혀 영향을 안 주고 때릴 수 있다'고 했어요. 북핵의 화근을 그때 제거했어야 했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대화하라고 붙여주면서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는 근거 있는 정보를 갖고 말합니까, 아니면 외신에 보도됐던 내용입니까?
"(그는 자료를 보여주며) 이게 CIA 자료입니다. 지난 5월 말까지 유류(油類)를 적재한 북한 선박이 남포·원산항 등에 들어간 기록입니다. 미국은 이 정도로 다 들여다보고 있어요. 북한 석탄이 한전 계열사인 남동발전으로 들어온 것 그 이상 다 알고 있어요. 여길 보면 북한과 거래한 공기업·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실명으로 나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지 않습니까?
"현재는 실무자 이름만 거론됐으나 앞으로 윗선이 언급될 겁니다. CIA 관계자는 누가 중심이 돼 이렇게 하는지를 다 알고 있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현 정권을 신뢰하지 않는 겁니다."
―문 대통령으로 인해 전쟁 불안과 적대적 관계는 해소됐다는 점은 평가해야 하지 않습니까?
"과거에 전쟁 불안이 있었습니까. 한·미 동맹이 굳건하면 북한이 전쟁할 엄두를 못 냅니다. 오히려 앞날이 더 걱정됩니다. 이번 군사적 합의서는 북한의 남침을 유혹하는 합의서입니다.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말로 약속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뮌헨 회담'(1938년 영국 체임벌린이 평화를 명분으로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주고 군중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습니까."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하려면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군에서는 '적의 의지를 보려 하지 말고 행동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잡아먹힐 가능성은 없애야지요. 기습 남침할 때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은 마련해야 합니다. 휴전선을 따라 설치된 북한 GP(감시초소)는 160개로 공격형이고, 우리는 방어형으로 60개입니다. 휴전선에서 서울과 평양의 거리가 다릅니다. 그런데 일괄적으로 11개씩 줄였습니다. 정찰·감시 기능까지 무력화했습니다. 무엇보다 서해 완충 수역을 대폭 양보해 서해 NLL(북방한계선)도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청와대에서는 이와 관련해 "NLL 자체가 훼손되거나 변경된 것은 없다"고 반박했지요.
"노무현 시절 10·4 선언의 '공동어로 구역' 설정에 반대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장비나 기술 수준이 높은 우리 어선들과 북한 어선들이 함께 어로 작업을 하면 상시적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러면 분쟁 지역이 될 것이고 결국 NLL은 있으나 마나 하게 됩니다."
―후배 군인들이 합의해준 것이 아닌가요?
"교수 출신인 청와대 군비통제비서관이 주도했지 않나요. 육사 후배가 관여됐다면 형편없는 놈입니다. 이번 군사적 합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상의도 없이 이뤄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어떻게 되든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같아요. 종전 선언도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와해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과 상관없이 '우리 민족끼리' 하면 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김정은과 동족으로서 손잡고 미국에 맞서게 될 날이 올 것 같군요.
"미국이 반대하고 브레이크를 걸면 아직은 우리 국민이 미국 입장을 신경 쓸지 모르나, 계속 이대로 가면 '우리끼리 잘살겠다는데 외세(外勢) 미국이 왜 개입하나'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문 대통령은 본지(本紙) 등을 겨냥해 "과거 정부 시절 통일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대박이고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니 정반대 비난을 한다"고 말했더군요.
"통일 대박은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전제로 말한 겁니다. 지금은 어떤 통일을 추구하는지 모호하고 안보 위협에 대책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은 경계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무얼 믿고 그렇게 안심합니까."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방보좌관으로 근무했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지요?
"아무 인연도 없었는데 발탁됐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전시작전권을 이양받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첫 만남에서 '그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는 소리'라며 만류했습니다. 이분은 얘기하면 바로 알아들었습니다. 전작권 협상을 2년간 연기했습니다."
―노 대통령에게 이라크 파병을 설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 이라크 파병은 전략적 부담이 아니라 안보·경제·에너지 차원에서 기회였습니다. 노 대통령에게 사단 규모로 7000명 파병안을 두 번 브리핑했어요. 이분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 국가안보회의가 열렸을 때 국방장관이 3000명의 비전투병 파병을 보고했습니다. 그 전까지 국방부에서도 5000명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내가 깜짝 놀라 '그건 안 됩니다'라고 말하니, 노무현이 '내가 왜 김보좌관 말만 들어야 합니까'라고 했어요. 그 뒤 나는 쫓겨났습니다."
―노무현 청와대
에서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했을 때 그는 어떠했습니까?
"1년여 같이 근무했지만 그의 속내는 모르겠습니다. 매달 두세 번 있었던 모임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안 나고. 성실하기는 하지만, 밝아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속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연한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그가 대통령이 된 뒤 지금까지 봐 오면서 그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30/2018093002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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