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6. 11:14ㆍ스크랩
총체적 난국 J노믹스
“정책실장은 비서, 부총리가 중심 돼야”
● 소득주도성장, 네이밍부터 패착
●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필요
●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장려금 확대 시급!
● 장 실장 인식, 국민 피부 와닿지 않아
● 은산분리 완화 반대, 30년 전 사고
● “‘친노조’ 아닌 ‘친노동’ 하자”
● 야당과 ‘규제개혁 법안’ 빅딜 해야
[지호영 기자]
‘경제통’이라는 낱말이 여의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먹고사는 이슈가 정국의 한복판에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일 터. 최운열(68)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난무하는 각종 ‘가짜 경제통’ 사이에서 존재감을 증명하는 ‘진짜 경제통’이다. 1982년부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일한 최 의원은 서강대 부총장과 초대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학계와 관가, 정가를 두루 거친 것.
덕분에 초선임에도 경제정책 분야에서 중량감이 남다르다. 당내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단장을 맡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 동시에 그는 ‘민생평화실 혁신성장팀’ 소속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와 혁신성장을 동시에 주창하고 있는 셈. 그는 정부·여당의 경제 운용에 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최 의원의 ‘J노믹스 진단’을 직접 듣기 위해 9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2년간 29% 인상됐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높은데요.
“근로자를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올려야죠. 문제는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를 누가 채용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주로 그들을 채용하는 고용주입니다. 이들의 체력이 보강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트(cost) 요인인 임금만 올리다 보니 결과는 뻔합니다. 폐업하건, 근로자 수를 줄이건, 그도 아니라면 가격에 반영하건. 그게 경제의 원론입니다. 그분들의 지불 능력을 키워주고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더라면 훨씬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났을 겁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어요.”
“소득주도성장만 부각해 부작용”
최저임금 인상에 선행하는 대책이 무엇이었을까요.
“중소기업 사용자들이 임금을 지불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R&D(연구개발) 투자해서 신기술 만들어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면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대개 관행처럼 가격을 후려쳐버리죠.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기업 근로자의 80~85%까지 갔었어요.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비정규직은 60%, 중소기업 정규직이 49%,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6%밖에 안 되거든요.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중소기업 경쟁력이 안 생기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이 문제를 풀고 난 후에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어야 했는데, 체력을 보강하기도 전에 두 자릿수로 올리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미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이 돼버린 꼴인데요.
“경제 상황을 보면 월급 150만 원 받는 비정규직이 600만~700만 명, 대학을 졸업하고 3~4년간 취업 못 한 젊은이가 30만 명, 비임금근로자 소위 자영업자가 700만 가까이 분포해요.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에요. 이분들 소득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소비가 활성화하지 않고 내수가 위축됩니다.
다만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만 너무 부각하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그게 아쉬워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네이밍이 우리 정부의 표어처럼 돼버렸는데, 그게 패착이었습니다. 네이밍에 연연하지 말아야 해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보세요?
“당연하죠. 속도도 조절해야 하고, 지역별·업종별 차별화도 해야죠. 서울에 사는 분들과 도서벽지에 사는 분들의 최저생계비가 같지가 않잖아요. 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있고, 어려운 업종도 있거든요. 차별화를 해야 시장에서 연착륙하지, 그런 걸 다 무시하고 명분만 앞세워 1만 원 목표를 달성하려 하면 역기능이 나타날 위험이 굉장히 큽니다. 정부가 어서 보완해야 해요.”
가계소득을 늘리려고 했다면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금(EITC)을 시행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2016년 총선 때 당에 와서 보니 이미 최저임금 인상이 공약이더라고요. 그때 제가 전국 유세 다니면서 가장 자신 없게 얘기한 게 최저임금 인상이었습니다. 대선 때 지방 도시 다니면서 만난 중소상인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이었어요. 일자리안정자금을 편성해 지원하는 건 아주 일시적인 대책입니다. EITC를 대폭 확대하고 넓혀야 합니다.”
EITC는 근로 연계형 소득지원제도다. 일을 해서 소득이 늘수록 소득세 환급 형태로 지원받는 금액도 커진다. 실질소득을 늘리기 위해 근로에 더 적극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셈. 방점이 ‘자립’에 찍혀 있다. 장려라는 단어가 붙은 까닭은 이 때문. 8월 22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EITC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똑같은 재정이 쓰이지만 EITC에 대해서는 논란이 별로 없어요. 저는 자유한국당 최저임금 인상 관련 세미나에 다 갑니다. 가서 들어보면 답이 다 EITC예요. EITC를 더 정교하게 확대하고 갔더라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덜고 반발도 적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크죠.”
“서별관 회의라도 부활해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실장·수석이 아니라 경제부총리가 중심”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 정책 엇박자와 갈등설이 계속 불거지는데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최종 의사 결정하기 전까지는 백가쟁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야죠.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경제부처 장관이 만나 피 터지게 토론해야 합니다. 다만 발표할 때는 부총리가 ‘이것이 우리의 경제정책입니다’라고 해야 하는 거죠. 그 뒤부터는 다른 소리가 나오면 안 됩니다.
지금은 이 과정이 생략됐어요. 그러니 부총리 하는 이야기 다르고 정책실장 하는 이야기 달라요. 불확실성이 커지죠. 이럴 바엔 차라리 ‘서별관회의’라도 부활하라는 겁니다.”
서별관회의는 1997년 시작됐다. 청와대 본관 서쪽 건물인 서별관에서 열려 이런 이름이 붙었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 때에 따라 한국은행 총재까지 모여 거시경제 사안을 협의하는 모임이었다. 다만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라 비판받아왔고, 문재인 정부는 회의를 사실상 폐지했다.
“너무 청와대가 주도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거든요. 청와대에 있는 실장과 수석은 대통령 보좌하는 비서일 뿐입니다. 집행은 장관이 하는 거죠. 정책 발표도 장관이 하고, 문제 생기면 장관을 문책하면 됩니다. 지금은 문제 생기면 해명까지 청와대가 하잖아요. 혼선을 없애야 해요.”
최근엔 실장과 수석들이 TV에 많이 나오더군요.
“대체 왜 그분들이 나와서 소득주도성장을 변명하고 홍보합니까. 부총리나 경제부처 장관이 해야죠. 국민은 경제수석이 누군지 몰라야 해요.”
당도 조금 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은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니 현실적이잖아요. 당정협의를 할 때 현실감을 더 보완해줘야 하는데, 그런 프로세스가 1년 반 동안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9월 1일 고위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성장률과 수출은 나쁘지 않은데, 일자리나 소득분배와 같은 체감 경기가 나쁘다”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부총리가 잘 봤어요. 국민이 느끼는 건 체감온도잖아요. 장하성 실장이 그 전날 의원들에게 특강을 했어요. 장 실장이 통계수치를 근거로 ‘경제가 문제가 없다’ ‘실질성장률도 이 정도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몇 번째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계속하길래, 참 국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 말 같다고 생각했죠.”
장하성 정책실장은 8월 31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고용지표 악화는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요인의 결과로,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고용효과를 분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일시적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인 67%대의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가 청와대에 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체감경기라는 게 실질적으로 국민이 느끼는 온도지, 아무리 실제 온도가 뭐라고 해봐야 국민이 느끼지 못하면 뭐하는가라고 말입니다. 장 실장이 발표하는 내용이 과연 국민에게 와닿을지 굉장히 걱정스럽다고요.
어떤 사람이 통증이 심해 급히 병원을 찾아갔어요. MRI, X-RAY 등 과학적 기법으로 검사를 했습니다. 이상이 없다고 나오니 의사가 ‘집에 가서 쉬십시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환자가 집에 가다가 죽었어요. 그러면 의사의 역할이 과연 뭐냐는 거죠. 지금 자영업자들이 그런 상황 아니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하지만 그사이에 폐업해버리는 자영업자는 이미 망하고 죽은 거잖아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 현실에서는 고용쇼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인구구조 때문’이라는 변호까지 내놓더군요.
“정말로 국민을 더 화나게 한 소리입니다. 우리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인데 저출산 탓에 새로 공급할 사람이 없어 취업자가 적다면 그 설명이 맞죠. 하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입니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고용률은 떨어지고, 고용증가율도 부진하잖아요. 해선 안 될 얘기를 한 거죠.”
주 52시간 근무제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요?
“‘잡셰어링’에 도움이 될 겁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1000명을 채용한 기업에서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는 새 일자리가 280개 생겨요. 초과근로 12시간에 대해 약 150% 수당을 주는 방식일 때는 160명 정도 늘어나더라고요. 우리 경제가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고용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유연하게 적용해야죠. 산업마다 특징이 있잖아요. ‘바캉스’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2~5월까지 바쁘고 8월 이후에 일이 적겠죠. 그럼 2~5월엔 18시간 일을 해도 인정해주고, 대신 일 없을 땐 안 하게 하면 되는 거죠. 연평균 주 52시간 하면 되는 걸, 왜 꼭 모든 업종에서 (일률적으로 똑같이) 해야 하냐 이겁니다. 그럼 저항 없이 잘 정착할 텐데, 우리 정부가 너무 현실을 도외시하고 밀어붙이다 보니까 파열음이 생기는 겁니다. 빨리 수정해야 해요.”
“양대 노총 눈치 그만 봐야”
최근 정부 정책에 볼멘소리를 가장 많이 쏟아내는 쪽은 아무래도 자영업자다. 임대료와 원재료 값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임금이 오르고 경기는 상승 기미를 안 보이니 고통이 더 커진 셈. 오죽했으면 청와대가 일자리수석 밑에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했을까. 최 의원이 문제 해결의 단초로 제시한 키워드는 노동개혁이다.
“대개 50대 중반이면 퇴직해서 식당, 카페 창업에 뛰어듭니다. 60~65세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물론 그러면 청년 일자리 문제가 겹치죠. 그래서 ‘임금피크제’를 같이 했어야 합니다. 60~65세가 돼 과거처럼 월급 700만~800만 원 못 받더라도 200만~300만 원 받고 일자리 있는 게 중요하잖아요. 19대 국회에서 크게 잘못한 게, 정년 연장은 법으로 통과시켜놓고 임금피크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버린 겁니다. 패착 중의 패착입니다.”
여당에서는 노동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 같은데요.
“‘친노동’과 ‘친노조’를 구분해야 합니다. 여기서 혼동이 생기니 우리 정부를 ‘친노조’라는 식으로 공격하는 거예요. 1980만 근로자 중 양대 노총에 가입한 사람은 200만 명밖에 안 됩니다. 이 사람들이 너무 조직화돼 있고 정치적이니 모든 정치 집단이 눈치를 봐요.
양대 노총이 ‘사용자, 근로자’의 구도로 보면 약자일 수 있지만 근로자 내에서 보면 갑 중의 갑, 강자 중의 강자예요.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이만큼 양산된 건 다분히 양대 노총 책임도 있습니다. 임금 양극화가 왜 심해지겠어요. 이 사람들이 계속 자기들 임금만 올리려 하고 비정규직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정부·여당도 ‘친노동’은 하되 ‘친노조’하고는 어느 정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살고 노동유연성도 생기는 거죠.”
오랫동안 연공서열제가 유지돼왔고 여전히 호봉제 영향도 남아 있죠.
“박근혜 정부 잘잘못이 여러 가지 많습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어렵사리 법안으로 통과시켰는데 우리 정부에 와서 그걸 원상태로 돌려버리는 게 가장 아쉬워요.”
그 역시 양대 노총의 입김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영향력이 너무 커서 그렇죠. 그러니까 정부·여당이 ‘친노조’ 소리를 듣는 겁니다. ‘친노동’ ‘친근로’ 소리를 들어야죠. 전체 근로자를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규제?”
[지호영 기자]
결국 문제는 고용인데,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민간에서 창출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규제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규제개혁에는 오히려 여당 내에서 분란이 더 많아요. 야당은 명분만 내세워 반대해도 국민이 역할을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여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해요. 20~30년 전 패러다임을 머릿속에 두고 ‘규제’만 외치면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가 없어요. 그게 제일 답답하죠.”
여당 내에서 가장 분란이 많은 규제개혁 이슈가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銀産)분리를 완화하는 문제일 텐데요.
“1980년대 초 은산분리를 처음 도입할 땐 고도성장기였어요. 은행에서 15%, 20% 돈 조달해서 투자하면 이익이 나는 시대였죠. 그런 경우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해 자기 계열사에 집중적으로 돈을 몰아줄 수 있죠. 그래서 은산분리가 은행법에 반영된 겁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대기업도 투자 여건이 안 돼 사내유보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산업자본이 스스로 하려 하지도 않겠지만, 설령 그들에게 은행을 허용해도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어요.”
최 의원의 답답함이 엿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문재인표 ‘규제혁신 1호’로도 꼽히는 터. 하지만 국회 통과는 미지수다.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혁신성장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경제 국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은행법을 손대면 저항이 크니 특별법으로 추진했는데도 일부에서 또 반대해요. 제가 의총에서 그랬어요. ‘경제라는 건 신념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 시대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맞는 경제정책을 써야 하는 거다’라고요.
의료는 어떤가요. 미국, 일본, 중국은 원격의료를 더 보편적으로 허용합니다. 지금 중국에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진을 스카우트해가고 있어요. 그 인재들 앞세워 한국의 환자를 유치할 겁니다.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냐는 거죠. 또 이 규제를 풀려고 하면 ‘삼성병원’ ‘현대병원’이 독식한다고 말하는 거거든요. 10년 전부터 원격의료를 활성화했더라면 이미 중국 시장을 선점했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도 마찬가지예요. 빅데이터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이 법에 다 걸리는 겁니다. 지금 인터넷은행 하나에 걸려 다른 것도 추진이 안 되니 답답하기 짝이 없죠.”
청와대와 정부·여당 안에 경제를 도그마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 의총 때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1+1이 얼마냐고. 2라고만 생각하죠? 하지만 경제나 경영학에서는 1+1이 3,4,5가 되기도 하고 0이 되기도 합니다. 기업이 합병해 부가가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승자의 저주에 걸려 망해버릴 수도 있죠. 경제는 유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1+1이 2라고만 믿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죠.”
“경제에 여야가 따로 없어”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오셨잖아요. 정부 출범 초기에는 경제민주화가 화두였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미디어에 많이 오르내렸는데요. 요새는 아예 존재감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 129명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개혁 10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걸 달성하려면 300개 이상의 법을 개정해야 해요. 특히 국회선진화법이란 게 있어서요. 야당과 협치를 실현해야 개혁 입법이 통과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야당에 ‘규제 빅딜’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민주당이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건 규제 풀어주면 재벌 문제가 더 악화된다는 이유 때문이거든요. 일리가 있어요. 대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대한항공 같은 사태가 안 나게 해야죠. 그런 장치를 야당이 수용하면 민주당도 규제개혁을 반대하는 명분을 잃어버려요. 제가 발의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야당이 주장하는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딜(deal)을 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살아요. 경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요.”
<이 기사는 신동아 10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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