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9. 18:26ㆍ스크랩
文정부 소득주도 성장에 "대증요법에 불과" 비판
"최저임금 인상, 기본 취지 찬성하지만 현실 고려 못한 정책"
"재벌을 적으로 여기면 경제 살아날 길 없어"
‘사촌’ 장하성 질문엔 "우린 생각이 다르다"
장하준(55·)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라며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심각한지 받아들이는 게 첫 해결 방안"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 방향인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했다. 그는 "부를 재분배하면 소비와 생산이 늘어 플러스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영양제 주사 한 번 놔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식생활 개선, 운동 등이 없이 영양제 한 번으로 체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에는 체질 개선 얘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장 교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분배가 잘못되고 재벌이 너무 많이 가져가서 생긴 것도 아니고, 또 그걸 비판하는 쪽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정부 규제가 많아서 생긴 것도 아니다"며 "투자 및 신산업 개발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축 산업들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문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로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취지는 찬성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제구조와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자영업자 비율이 6%인 미국의 상황을 국민 4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인 한국에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1000원 덜 받아서 지금의 경제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과도한 재벌 개혁을 우려하며 ‘협업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좌우 이념에만 치우쳐 재벌을 적으로 여기고 무조건 잡아넣겠다는 식으로 간다면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까지 돌아가시면 사달이 난다"면서 "기업 집단이 붕괴하면 새로운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힘이 약화된다. 그런 다음에는 아무리 혁신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돈 생각 안 하고 기초 연구에 예산을 대줘야 하고, 기업은 진짜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이후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럽진보정치경제학회 뮈르달상(2004년) 등을 수상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반대했다. 하지만 ‘재벌 옹호론자’ ‘박정희주의자’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는 "경제이론에는 진영 논리가 없다"며 "나는 실용주의자"라고 했다. 장 교수는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장하성 전 실장과 사촌지간이기도 하다. 그는 ‘장 실장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 생각을 공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 물러난 뒤에도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9/20181209008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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