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박정희 때 세 번 구속됐지만… '새마을'은 성공한 운동"

2019. 11. 12. 14:09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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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시대탐문] [1] '새마을'을 생명·평화운동으로 바꿔가는 정성헌
좌파 출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새마을운동으로 근대화 일군 朴 대통령은 功이 더 큰사람
농촌 현장 누구보다 잘 이해해 국가 정책으로 농민에 힘 실어줘
조국은 이념형 인간의 한계 노출"


"오늘 우리가 국민소득 3만달러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농촌에서 도시로, 가정에서 직장으로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수원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뜻밖의 발언을 했다.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며 박정희 시대의 대표 정책인 새마을운동을 추켜세웠기 때문이다. 정권 초만 해도 '새마을'을 '적폐' 취급하던 정부였다. '조국 사태'로 돌아선 민심을 잡으려는 제스처란 해석도 나왔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선 정성헌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지도자의 기를 북돋아 농촌을 근대화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작년 3월부터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정성헌(73) 회장을 만나 대통령 연설의 배경부터 물었다. 정 회장은 고려대 재학 시절 한·일 협정 반대 시위를 시작으로 1977년부터 가톨릭농민회에서 농민운동을 하면서 네 차례 구속된 '좌파 운동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는 등 좌우를 넘나들며 입바른 소리를 해왔다. 진보·보수의 소통에 힘써온 공로로 일제강점기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을 기리는 민세상(사회통합부문)을 받았다. 취임 후 전용차를 반납하고 성남 새마을중앙회 사무실에서 서울 올 때는 좌석버스나 지하철로 다녀 화제가 됐다. 그는 "9000번, 9401번 버스 타고 2400원이면 서울까지 편하게 오는데 왜 쓸데없이 기름 낭비하느냐"고 했다.

―현 정부와 여권은 새마을운동을 제 편으로 생각하지 않을 텐데….

"새마을운동을 남의 집 자식 취급한 건 맞는다. 예산도 줄이려 했고…. 대통령이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에게서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에 대해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안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광주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새마을기를 철거하고, 구미에선 새로 당선된 민주당 시장이 새마을과를 없애려고 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우린 새마을기를 올리고 내리는 데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현장에서 성과로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가톨릭농민회는 새마을운동을 반대하는 단체였다.

"반대, 비판도 했고 경쟁도 했다. 경제적 협동 사업은 가톨릭농민회의 중요한 과제이고 내가 그 담당이었다. 비판·경쟁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새마을운동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민관 협치를 통해 근대화를 이뤄낸 운동이다. 재래 농법을 없애는 등 전통문화를 경시한 잘못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새마을운동 이전에도 전국 각지에서 농촌을 바꾸려는 자발적인 농민운동가들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그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국가 정책으로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농촌 출신이고 농민을 이해하는 분이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새마을 지도자를 불러 성공 사례를 발표하게 하고 그걸 확산시켰다. 지도자들이 얼마나 신났겠나. 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세 번 구속된 사람이다. 유신 독재는 잘못됐지만 박 대통령 생애 전체를 평가하면 공(功)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중앙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람을 쫓아내지 않았다는데, '적폐 청산'요구가 없었나.

"있어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난 일할 때 이념적으로 하지 않는다. 내 편, 네 편 따지지 않고 쓴다."

―작년 취임 이후 새마을운동을 생명·평화·공경 운동으로 바꿨다. 환경 운동처럼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방향을 새로 설정해야 했다. 마을 길 넓히고 거리 청소하는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전국 돌며 회원 3000여명과 토론한 끝에 결정했다."

―정부에서 농촌에 뿌리는 복지 예산도 만만찮다.

"사람은 공짜에 맛 들기 시작하면 쉽게 망가진다. 한번 망가진 사람을 고치긴 정말 힘들다. 적선하듯 나눠주는 복지는 성공할 수 없다."

―'조국 사태'로 광화문과 서초동·여의도에서 주말마다 시위가 벌어진다.

"남을 미워하는 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증오를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정 회장은 혼잣말처럼 보탰다. "그 사람(조국)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만 굴리는 이념형 인간이니까 그런 거지."


새마을운동

'자조하는 마을은 빨리 발전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마을은 5000년이 지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4월 22일 가뭄 대책 지방장관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을 제창하는 연설을 했다. 농촌 변화의 역사가 시작됐다. 도시까지 번진 새마을운동 조직은 지금도 18만 지도자, 207만 회원을 자랑한다.

'관제(官製) 운동'이란 비판도 나왔지만 새마을운동은 본지의 '국가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책' 순위 조사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치고 1위로 꼽혔다.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농촌 근대화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2/20191112001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