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5. 08:56ㆍ스크랩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한정된 자원으로 행복해지는 법
경제학은 흔히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방법을 찾아내는 ‘최적화’의 학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으로 행복도 최적화할 수 있을까. 경제학이 숫자로 된 지표를 많이 다루다 보니, 행복 같은 추상적 개념은 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행복에 대한 다양한 경제학 연구가 있다. 이 중 ‘이스털린 패러독스’에 대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보통은 소득이 늘면 행복감도 증가하지만,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소득 증가만으론 더 행복해지지 않는 역설(逆說)이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선 연봉 7만달러 정도에서 이스털린 패러독스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한계 효용 체감’ 법칙과 연관이 있다.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만족도가 떨어진다. 소득에 대해서도 이런 한계 효용 체감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정 소득 이상의 인간이 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학이 내놓은 이론적 해결책이 있다. 이른바 ‘관계재’라는 개념이다. 관계재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무형 재화다. 사랑과 우정, 이웃이나 친척과 좋은 관계 등이 관계재에 해당한다. 관계재는 일반 시장재와 달리 돈(소득)으로 살 수 없다. 오직 개개인이 시간을 투여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다.
관계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개인의) 행복에는 시장재 못지않게 관계재가 중요하며, 소득이 어느 수준에 오르면 행복감에 미치는 효용의 크기는 시장재보다 관계재가 더 클 수 있다.” 이는 경험적으로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외로운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제학적으로 정리해보면, 시장재와 관계재 둘 간의 균형이 이뤄질 때 사람의 행복은 최적화될 수 있다. 물론 소득이 부족한데도 주변 사람들과 관계만 좋아서는 행복하기 어렵다. 소득 수준에 따라 시장재와 관계재의 ‘한계 효용 곡선’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를 하는 경제학 분야를 ‘시민경제학’이라고 한다. 시민경제학에서는 개개인의 선호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소득과 시장재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 간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시장재든 관계재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은 똑같이 작용한다. 어느 한쪽만 많으면 행복에 한계가 있으며, 두 가지를 적정한 비율로 같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스털린 패러독스가 자주 나타나는 듯하다. 소득이 줄더라도 여가를 즐기거나 가족·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늘고, 이를 위해 근로시간 감소를 장려하는 정책적, 제도적 노력도 이루어진다. 최소한 개인의 여가나 가족·친구와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일에만 몰두해 소득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는 별로 인기가 없다. 관계재의 수요와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결코 반(反)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행복을 최적화하려는’ 매우 경제학적인 현상이다.
[원문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8/13/ZFPXYQZJDRBKNCVFFYDF22HBLE/
.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도체 부족 사태가 끝난 뒤 자동차 업계에 벌어질 일 [최원석의 디코드] (0) | 2021.09.30 |
---|---|
[박정훈 칼럼]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0) | 2021.09.03 |
‘젊은 똥’이 뇌를 회춘시킨다 (0) | 2021.08.10 |
정은보 금감원장 “부채·거품 붕괴 함께 오는 ‘퍼펙트스톰’ 위험” (0) | 2021.08.06 |
최진석 “애국의 國은 대한민국… 나라 파괴한 이들 애국자라 불러선 안돼” (0) | 2021.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