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기관실 대리만족 ^^

2015. 3. 25. 13:48동영상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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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차를 보려면 10여 리를 가야 했다. 경북선이 다니는 구간인데 국민학교 무렵에는 멀리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증기기관차도 보았다. 대체로 짙은 갈색과 황색을 섞어 놓은 듯한 페인트로 도색한 기차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였다. 특히 멀리서 앞으로 달려올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

 

 

 

 

 

 

열차를 구경하려면 큰마음을 먹고 동네 개구쟁이 몇 명이 뭉쳐서 편도 2시간가량을 검은 고무신을 신고 걸어서 갔다. 철길에 도착하면  너나 할 것없이 먼저 무릎을 꿇고 레일에 귀를 댄다. 기차가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에는 준비한 큰 못을 레일에 얹어 놓고, 또 그 뒤로는 작은 돌멩이를 줄지어 올려놓는다. 멀리서 열차가 보이면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면서 철길 옆 둔덕에 납작 엎드려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앞으로 달려오는 기차는 엄청난 소리로 철길에 올려놓은 자갈을 먼지와 파편을 만들면서 무지막지하게 부숴버리고, 못을 납작하게 만든다. 납작한 못이 딱히 어떤 용도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건만, 전리품인 양 그것을 들고 개선장군처럼 꼬로륵 거리는 배를 달래면서 또 도시 그 먼 10여 리의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따라 땀이 배어 미끄덩거리는 검은 고무신과 씨름하면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위의 동영상은 네덜란드 암스텔담과 벨기에의 앤터워프 구간을 시속 300Km로 주행하는 고속열차의 조종실에서 촬영한 동영상이다. 이런 동영상을 누가 올리지 않았다면, 언제 고속열차의 조종실에서 밖을 보는 호사를 누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