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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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듣는 '쓰름 매미' 소리
홀로 사시던 노모는 아주 먼 길로 떠나시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 가끔 찾아가는 고향 집 대봉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짝을 찾으려고 노래를 부른다. 내 귀에는 "쌔에롬~ 쌔에롬~" 하고 들리는데 왜 '쌔롬매미'가 아니고, '쓰름매미'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온 동네 사람의 귀청을 찢을듯이 울어 대던 말매미의 성가신 소리라 잦아질 즈음 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늘 먹는 것이 부족했던 나는 고개 너머 친구의 밭으로 향했다. 아주 풋내가 나는 푸른 감이 들깨 이랑 사이에 수줍게 얼굴을 내밀면, 여름 강한 열기에 물렁물렁 발효가 되어 가는 감을 반으로 갈라서 아직 떫은 기가 가시지 않은 풋감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2024.09.05 -
하늘 아래 첫 감나무 홍시
이 감나무는 수령이 75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라고 한다. 올해 그렇게 가물었지만, 감은 풍년이다. 750년 감나무라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나무의 감으로 만든 곶감은 서울의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워낙 오랜 세월 살다 보니 가운데 부분이 썩어서 ..
2017.10.03 -
산골 감나무
으슥한 산길에 야생 감나무가 열매도 맺지 못하고, 단풍이 진다. 새들이 씨앗을 먹고 와서 싹이 나고, 저절로 자랐는지 거름을 먹지 못한 감나무는 핏기가 없다. 옆의 다른 감나무도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자라는 감나무는 주인의 기대에 부응하..
2016.09.17 -
일손 부족에 수확도 포기하고
대구에서 상주를 지나 강원도를 향하는 길이다. 예천 쯤인가 풍성하게 달린 감이 수확도 하지 못하고 찬바람을 맞으면서 나무에 달려있다. 저렇게 수확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감나무에 달린 감을 밭째로 산 중간 상인들이 감값이 신통치 않고, 감 따는 인부의 일당이 높으니 더 큰 적..
2015.11.29 -
들판의 벼는 익어가고~
이제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고난의 여름도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귀뚜라미의 짝 찾는 울음소리와 함께 들판에는 고개 숙인 벼가 가을 햇볕에 스스로 영글어 가고 있는 중이다. 시골에서는 논보다 밭이 효자다.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다 쌀소비도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때문에 젊..
2013.09.22 -
풍요로운 들판에~
추석을 맞은 들녘, 가뭄과 폭우, 태풍을 견뎌낸 벼가 초가을 따사로운 햇볕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광욕을 하면서 열매를 살찌우고 있다. 감도 제법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늙은 고목 감나무에도 감이 풍성하게 달렸다. 저것을 보는 농부의 마음은 보너스를 타는 봉급쟁이의 ..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