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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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盲犬) 복실이
불쌍한 자신을 거두어주는 식당 출입문 앞에서 배가 고픈 '눈이 먼 개' 복실이가 얌전하게 먹을 것을 주길 기다리고 있다. 복실이를 안 지도 얼추 10년은 된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눈이 멀지 않아서 가끔 같이 욱수저수지로 산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백내장이 왔고, 지금은 거의 눈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코를 통한 냄새로 사물을 분간하거나 눈이 멀기 전에 다녔던 길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닌다. 복실이의 주인은 인근 식당을 운영하다가 2~3년 전에 문을 닫았고, 최근까지 문을 닫아 폐허가 된 식당 건물에서 홀로 지내는 복실이를 만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왔었는데 지금은 오지 않고, 대신 이 식당에 복실이를 부탁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
2023.12.27 -
경이로운 강아지 코
욱수골 초입에 '욱수골 사랑채'라는 식당이 있다. 그 식당에는 늘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결같이 앉아 있는 강아지가 있는데 이름은 '복실'이다. 수컷인데도 암컷의 이름을 붙인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이 개는 일곱 살인데도 불구하고 맹인(盲人)도 아니고, 사나운 개인 맹견(猛犬)은 더더욱 아니고, 눈이 먼 맹견(盲犬)이다. 복실이는 백내장으로 눈이 멀었다. 2~3년 전에 눈이 아주 멀기 전까지는 내가 가뭄에 콩 나듯이 같이 욱수골을 따라 산책도 했었다. 그런 복실이가 불쌍하기도 한데 내가 산책을 하러 가면서 복실이네 집 앞으로 지날 때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지 않고, 식당 앞의 도롯가에서 가만히 서서 그 녀석의 동태를 살피는데 바람에 날려오는 나의 체취를 알았는지 길손이 서 있는 방향과 다른 엉뚱한 곳을 보고 ..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