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갈이
세상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직업이 있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든지 틈새시장은 있는 법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시골에 살 때, 연탄이 보급되지 않는 시골에서는 취사를 위해서나 난방을 위해서나 어느 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인근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와야 했다. 마치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당연지사였다. 지게는 늘 있는 것이고, 산으로 가지 전에 톱이나 조선 낫, 또는 얇게 생긴 날렵한 일명 "왜낫"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녔는데 낫은 날카롭게 날을 세워야 하기에 숫돌에 물을 뿌리면서 쓱쓱 낫을 갈았다. 그것은 어른들이 낫을 가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흉내를 내다가 어느새 숙련공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