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7. 12:51ㆍ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직업이 있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든지 틈새시장은 있는 법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시골에 살 때, 연탄이 보급되지 않는 시골에서는 취사를 위해서나 난방을 위해서나 어느 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인근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와야 했다. 마치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당연지사였다.
지게는 늘 있는 것이고, 산으로 가지 전에 톱이나 조선 낫, 또는 얇게 생긴 날렵한 일명 "왜낫"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녔는데 낫은 날카롭게 날을 세워야 하기에 숫돌에 물을 뿌리면서 쓱쓱 낫을 갈았다. 그것은 어른들이 낫을 가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흉내를 내다가 어느새 숙련공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니 자신이 충분히 할 수도 있는 칼 가는 일도 엄두가 나지 않는가 보다. 아니면 가는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겠다.
그 틈새시장에 '칼갈이'라는 직업이 생겼다. '칼갈이'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니 하나는 ' 칼을 갈아 날을 세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 칼을 갈아 주고 삯을 받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 이것도 분명한 하나의 직업이다.
어느 정육점 앞에서 '방문 칼 관리사'가 칼 갈이를 하는 중이다. '칼갈 이'라고 사전대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칼 관리사가 되겠다. 구청에 소속되어 도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에서 '환경공무관'으로 호칭이 변해가는데 앞으로는 '방문 칼관리관'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이므로 자긍심으로 가지고, 힘을 내면 좋겠다.
수술 가위까지 간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수술칼은 일회용인데 수술 가위는 여러 번 사용해고 괜찮은가?
칼 가는 방식이 숫돌에다가 사람의 힘으로 앞뒤로 숫돌에 밀어서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원형 연마기를 전동기로 돌려서 날을 가는 방식이어서 아주 수월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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