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룡(土龍)
비가 오다가 그치고, 해가 지고 날이 선선해지니 커다란 지렁이가 마실을 가려고 시멘트 길을 기어가는데 예상보다 속도가 빠름에 놀란다. 밤에 해가 지니 시원할 때를 틈타서 애인(?)을 찾아가는가? 친척 집에 문상을 가는가? 그렇지만 저 지렁이는 암수가 한몸이니 굳이 애인을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지렁이와 목 띠깥이 생긴 부분을 밀착하고 서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1981년 초로 기억된다. 이른 아침에 하느님과 동기 동창 쯤으로 보이는 과장이나 계장의 책상엔 어김없이 길쭉하게 생긴 보온물통이 배달되었다. 그것의 정체는 '토룡탕(土龍湯)', 토룡탕의 재료는 바로 지렁이다. 그것도 위의 사진처럼 지렁이의 왕초로 보이는 굵고, 기다랗고, 목에 흰 띠를 두른 백경(白頸) 지렁..
202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