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룡(土龍)

2020. 9. 12. 12:02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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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다가 그치고, 해가 지고 날이 선선해지니 커다란 지렁이가 마실을 가려고 시멘트 길을 기어가는데 예상보다 속도가 빠름에 놀란다.

 

밤에 해가 지니 시원할 때를 틈타서 애인(?)을 찾아가는가? 친척 집에 문상을 가는가? 그렇지만 저 지렁이는 암수가 한몸이니 굳이 애인을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지렁이와 목 띠깥이 생긴 부분을 밀착하고 서로 사랑을 나눈다고 한다.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1981년 초로 기억된다. 이른 아침에 하느님과 동기 동창 쯤으로 보이는 과장이나 계장의 책상엔 어김없이 길쭉하게 생긴 보온물통이 배달되었다. 그것의 정체는 '토룡탕(湯)', 토룡탕의 재료는 바로 지렁이다.  그것도 위의 사진처럼 지렁이의 왕초로 보이는 굵고, 기다랗고, 목에 흰 띠를 두른 백경() 지렁이를 고아 만든 물이다. 아니 삶은 물이라는 표현이 맞다. 사탕 비슷한 것도 같이 배달되었는데 아마도 아주 쓴 맛이었나 보다. 지렁이를 만지면 특유의 쓴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

 

 두산백과에 보니 지렁이를 가리켜서 구인() ·지룡()이라고도 한다. 목에 흰 띠가 있는 백경() 지렁이를 많이 쓴다. 보통 그대로 또는 뱃속의 흙을 제거하고 건조한 것을 사용한다. 해열 ·이뇨제이며 감기에 쓰인다. 지렁이 몸속의 흙인 구인니()는 해열에 효능이 있다.

 

 

 

 

 

 

 

 

 

 

 

고리 모양의 마디를 가진 환형동물 지렁이

 

흔히 볼 수 있는 붉은지렁이, 환대가 보인다. 환대에 가까운 쪽이 입, 반대쪽이 항문이다. <출처: (cc) Michael Linnenbach>

 

지렁이는 고리(環) 모양(形)을 한 여러 마디(체절)가 있어 갯지렁이, 거머리와 함께 환형동물(環形動物, annelida)이라고 부른다. 지렁이의 대표로 치는 ‘붉은지렁이’는 다 크면 보통 100~175개의 마디에 몸길이는 12~30 cm가 된다(열대 지방에는 심지어 4m 넘는 것도 있다 함). 그리고 지렁이에는 체색보다 좀 옅은 환대(環帶, clitellum)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둥그스름한 고리 띠 모양이며, 몸통의 약 1/3 지점(32~37번 체절 사이)에 있어서 환대에서 가까운 쪽 끝이 입이고 그 반대쪽이 항문이다. 환대는 생식에 관여하는 기관(나중에 알을 모아 넣는 고치를 만듦)으로 어릴 때는 없다가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드러난다. 그러므로 꼬마지렁이의 앞뒤 구별은 더더욱 어렵다.

 

지렁이 무리는 산언저리, 들판의 흙, 늪, 동굴, 해안, 물가 등 안 사는 곳이 없으며,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이 넘는다고 하며, 한국에는 ‘실지렁이’ 등 60여 종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쉽게도 한국 지렁이의 연구가 생각보다 깊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렁이 몸마디마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8~12쌍이나 되는 까끌까끌하고 억센 강모(剛毛, 센털)가 뒤로 살짝 누워 있어서 땅바닥이나 흙 굴에 몸을 박기 쉽도록 할 뿐더러 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받쳐주기에 뒷걸음질을 하지 않는다. 지렁이/뱀이 그렇듯이 과학이라는 것도 늘 앞으로만 설설기어가지 뒤로 물러나지 않는 속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렁이 - 흙의 창자 (생물산책, 권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