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2. 13:07ㆍ살아가는 이야기
소가 풍년이다. 고향에 왔다가 마을 뒤쪽에 있는 후배의 우사(牛舍)에 들렀다. 그 고향 후배는 하루에 두 마디쯤 하는 이미 고인이 되신 선친처럼 과묵하기가 이를 데가 없어서 서먹서먹할 때가 많다. 그는 속칭 억대 농부다. 사과 농사, 벼농사, 소 사육, 운송업 등 2~3명이 해야 할 일을 마치 이곳에 있는 소처럼 묵묵히 뚜벅뚜벅 그렇게 혼자서 한다.
그의 모친은 지아비를 몇 년 전에 저세상으로 보내시고, 격무로 고단한 아들을 대신해서 소먹이는 일을 하신다. 90여 마리의 소가 있었는데 큰 소는 마리당 1,000만 원 정도에 출하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 규모다.
후배 모친의 말씀이 소도 사람을 안다고 한다. 낯선 길손이 오니 벌써 축사 내에 사발통문이 돌았고, 길손을 구경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격리된 우리마다 서열이 높은 대장소가 반드시 있다고 한다. 올해 8호 태풍 바비인가? 전라도 구례 지방의 어느 축사의 소들이 축사가 물에 잠기자 대장소가 인솔하여 사찰로 대피했다 뉴스를 봤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Z2EXol_tWQ0&feature=youtu.be&site=mapping_ytb_btn_more
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215037
[뉴스A 클로징]외양간 잠기자 부처님 찾아간 섬진강 소떼들
10km 거리를 걸어, 해발 500미터 깎아 지르는 절벽 위에 있는 천년 고찰 사성암까지 피난을 왔습니다.
'사찰인 걸 알았는지, 뛰지도 않고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다'는데요
'말 못하는 소도 어렵고 힘들어서 부처님을 찾아왔다는 주민들 얘기에' 이번 수해의 피해가 더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 있죠.
이번엔 아예 소를 떼로 잃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외양간을 다시 고쳐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7월 장마와 8월 태풍이 동시에 만나는, 이례적인 기후변화에 기상청 수퍼컴퓨터도 속수무책입니다.
"여름만 되면 사실 좀 두렵고 겁이 나요. 이런 일이 또 있을까봐"
매년 여름마다 소 떼를 잃는 공포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확실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내일도 뉴스에이입니다.
이곳에 있는 수소(황소) 중에서 유일하게 2번이나 거세당했으나 거세가 되지 않은 억세게 운 좋은 황소의 모습이다. 불알을 깐 다른 수소는 마치 암컷 같은 외모를 보였는데 이놈은 얼굴에서 제법 포스가 느껴진다. 옛날에는 불알을 까서 그것이 한 세숫대야 나왔다는~ 그냥 묻어 버렸다고 하니 참 애석하다. 내가 '우랑 탕'을 좋아하는데 삶거나 볶아서 쐬주를 한잔했어야 했는데~ 쩝~
불알을 못 깐 소를 쳐다보고 있으니 다른 황소가 길손을 보면서 "아저씨! 저는 불알을 깠어요! 그래서 기분이 별론데 앞에 있는 놈의 불알을 다시 까주세요. 내가 불알만 안 깠으면 내가 이녀석을 이길 수가 있었는데 불알을 까니 불알을 안 깐 이놈에게 늘 대장 자리 다툼에서 밀려요! 꼭 좀 까주세요"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이놈아! 나도 저놈 큰 불알 2개를 꺼내서 술안주 하고 싶다만, 내가 불알 까는 방법을 모른다. 무턱대고 저렇게 가랑이에 달린 저것을 낫으로 잘라내면 저놈이 살겠나?"하니
"알았어요! 아저씨! 다음에 고향 오실 때 꼭 불알 까는 방법 알아서 오세요"
"오냐 알았다! 그나저나 그때까지 니들이 도살장 끌려가면 안된데이 알겄나?"
그 소리를 엿들은 불알 안 깐 소가 잔뜩 겁을 집어 먹고 길손을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놈은 밑으로 눈을 내리깔고서는 "아저씨! 지가 잘못 했시유! 친구들 다신 괴롭히지 않을 테니 용서해 주세유!! 내가 이곳에서 대장 짓을 해도 옆에 여자 소가 한 마리도 없어서 정말로 재미도 없어유! 한 번만 봐주세유~"한다.
"그래! 친구들 밉다고 이유없이 뿔로 떠받고 그러지만 않으면 니 불알 까지 않을께"
"감사해유! 아저씨! 혹시 내가 도살장에 끌려가도 아저씨 오래 사시라고 기도할게유~".
"그래 그래 알았다. 어차피 이 세상도 생지옥이니 혹시 도살장에 가서 이 세상 하직하더라도 너무 슬퍼하진 말거래이~ 내가 극락왕생을 빌고, 다음 생에는 더 좋은 몸을 갖고 태어나거래이~ 알았제?"
"예!! 아저씨 고바 봐유!! 흑 흑!!"
이곳에는 어린 소들도 있다.
1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이놈처럼 전부 뿔이 없고, 덩치는 1t이 넘을 것 같은 녀석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전부 뿔이 있었으나 이 녀석만 유일하게 뿔이 없다. 에이 이 기생오라버니 같이 생긴 놈아!!
염소도 같이 자라고,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이 다가오니 토종밤도 떨어진다. (0) | 2020.09.16 |
---|---|
욱수저수지(旭水池) 수달 (0) | 2020.09.13 |
토룡(土龍) (0) | 2020.09.12 |
터널에서 시((詩)는 운명을 다하고~ (0) | 2020.09.09 |
건망증(健忘症)과 남겨진 구두 (0) | 2020.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