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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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盲犬) '복실이' 보금자리
눈이 먼 개 복실이의 임시 거처를 찾았다. 근처를 지나가면 어디선지 모르게 나타나서 조용히 따라왔던 그 녀석이 거처하는 곳을 찾았다. 오늘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그 주변에서 복실이를 불렀으나 한참이나 반응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오래된 빈집(?) 앞에서 여러 번 부르니 녹슨 철문 아래의 개구멍을 통해서 슬그머니 나왔다. 몸을 최대한 낮게 엎드려서 대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온 다음, 그곳을 쳐다보니 마당 안에는 커다란 넝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은 25년전 쯤에는 소를 키우는 마구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행인 것은 지붕이 비를 막아주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고, 담장이 높아서 바람도 그런대로 막아준다. 복실이는 이런 조건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빈 마구간 중앙 바닥..
2023.12.31 -
맹견(盲犬) 복실이
불쌍한 자신을 거두어주는 식당 출입문 앞에서 배가 고픈 '눈이 먼 개' 복실이가 얌전하게 먹을 것을 주길 기다리고 있다. 복실이를 안 지도 얼추 10년은 된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눈이 멀지 않아서 가끔 같이 욱수저수지로 산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백내장이 왔고, 지금은 거의 눈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코를 통한 냄새로 사물을 분간하거나 눈이 멀기 전에 다녔던 길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닌다. 복실이의 주인은 인근 식당을 운영하다가 2~3년 전에 문을 닫았고, 최근까지 문을 닫아 폐허가 된 식당 건물에서 홀로 지내는 복실이를 만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왔었는데 지금은 오지 않고, 대신 이 식당에 복실이를 부탁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
2023.12.27 -
경이로운 강아지 코
욱수골 초입에 '욱수골 사랑채'라는 식당이 있다. 그 식당에는 늘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결같이 앉아 있는 강아지가 있는데 이름은 '복실'이다. 수컷인데도 암컷의 이름을 붙인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이 개는 일곱 살인데도 불구하고 맹인(盲人)도 아니고, 사나운 개인 맹견(猛犬)은 더더욱 아니고, 눈이 먼 맹견(盲犬)이다. 복실이는 백내장으로 눈이 멀었다. 2~3년 전에 눈이 아주 멀기 전까지는 내가 가뭄에 콩 나듯이 같이 욱수골을 따라 산책도 했었다. 그런 복실이가 불쌍하기도 한데 내가 산책을 하러 가면서 복실이네 집 앞으로 지날 때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지 않고, 식당 앞의 도롯가에서 가만히 서서 그 녀석의 동태를 살피는데 바람에 날려오는 나의 체취를 알았는지 길손이 서 있는 방향과 다른 엉뚱한 곳을 보고 ..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