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1. 21:48ㆍ살아가는 이야기
눈이 먼 개 복실이의 임시 거처를 찾았다. 근처를 지나가면 어디선지 모르게 나타나서 조용히 따라왔던 그 녀석이 거처하는 곳을 찾았다. 오늘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그 주변에서 복실이를 불렀으나 한참이나 반응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오래된 빈집(?) 앞에서 여러 번 부르니 녹슨 철문 아래의 개구멍을 통해서 슬그머니 나왔다.
몸을 최대한 낮게 엎드려서 대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온 다음, 그곳을 쳐다보니 마당 안에는 커다란 넝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은 25년전 쯤에는 소를 키우는 마구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행인 것은 지붕이 비를 막아주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고, 담장이 높아서 바람도 그런대로 막아준다. 복실이는 이런 조건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빈 마구간 중앙 바닥에 엉성한 볏짚이 눌린 흔적을 보고, 복실이가 최근 잠자리로 사용했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임시방편으로 슬레이트 등을 잠자리 주변에 세웠다.
마구간으로 사용할 때는 이런 지주대가 많이 없었을 것인데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세운 기둥이 중구난방이어서 약간 혼란이 온다. 무슨 용도로 사용하려 했을까? 흰색 댕댕이는 인근 산에 서식하는 고라니와 상극인 관계다. 복실이는 눈이 멀어서 그런지 저 댕댕이에게 그저 당하는 호구 신세다. 정작 자기의 거처를 손질하고 있는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복실이는 이 마구간 바깥의 도로 한쪽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마구간에 놓여 있는 커다란 호스를 사용하여 바람막이를 더 높였다. 며칠 안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잘 정비할 예정이다.
벽돌담이 높아서 겨울 삭풍을 막아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문밑의 개구멍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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