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盲犬) 복실이

2023. 12. 27. 20:16살아가는 이야기

728x90

불쌍한 자신을 거두어주는 식당 출입문 앞에서 배가 고픈 '눈이 먼 개' 복실이가 얌전하게 먹을 것을 주길 기다리고 있다. 복실이를 안 지도 얼추 10년은 된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눈이 멀지 않아서 가끔 같이 욱수저수지로 산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백내장이 왔고, 지금은 거의 눈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코를 통한 냄새로 사물을 분간하거나 눈이 멀기 전에 다녔던 길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닌다. 

 

 

 

 

복실이의 주인은 인근 식당을 운영하다가 2~3년 전에 문을 닫았고, 최근까지 문을 닫아 폐허가 된 식당 건물에서 홀로 지내는 복실이를 만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왔었는데 지금은 오지 않고, 대신 이 식당에 복실이를 부탁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불쌍한 복실이를 거두어 먹이는데 복실이는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배가 고프다고 짖거나 재촉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서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매너도 가졌다. 다음 생에는 좋은 몸을 받고 태어나길 기원한다. 

 

 

 

 

식당 아주머니가 사료와 고기 통조림을 섞은 먹이를 가져오니 여느 강아지처럼 설치 대지 않고, 얌전히 먹으라는 말이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서서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인다. 참 기특하다.  

 

 

 

 

밤에는 이곳에서 근 1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서 자는지 알 수가 없으니 추위를 막게해 줄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한다. 어쩌다가 복실이가 밤을 보내는 그곳을 지나게 되면 어떻게 나의 냄새를 맡고 왔는지 인기척(?), 견기척(?) 나서 뒤돌아 보면, 이 녀석이 있다. 모쪼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천수를 다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