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듣는 '쓰름 매미' 소리
홀로 사시던 노모는 아주 먼 길로 떠나시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 가끔 찾아가는 고향 집 대봉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짝을 찾으려고 노래를 부른다. 내 귀에는 "쌔에롬~ 쌔에롬~" 하고 들리는데 왜 '쌔롬매미'가 아니고, '쓰름매미'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온 동네 사람의 귀청을 찢을듯이 울어 대던 말매미의 성가신 소리라 잦아질 즈음 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늘 먹는 것이 부족했던 나는 고개 너머 친구의 밭으로 향했다. 아주 풋내가 나는 푸른 감이 들깨 이랑 사이에 수줍게 얼굴을 내밀면, 여름 강한 열기에 물렁물렁 발효가 되어 가는 감을 반으로 갈라서 아직 떫은 기가 가시지 않은 풋감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