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수천변에 선 비루먹은 듯한 토종 밤나무가 열매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바위 너덜 위에 자란 밤나무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돌보는 이가 없어도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추석이 다가오니 작은 밤톨을 힘겹게 만들었고, 후세대를 위해 토종 밤알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어느 이름 없는 시인이 남긴 정겹던 시(詩)도 덧칠한 페인트로 의미 없이 사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