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지'의 오디가 익어간다.

2017. 5. 29. 10:48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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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섯시 구 대구농고(현 대구농업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있는 도심 속의 저수지 '가전지'의 모습이다.







오른쪽 작은 숲에는 너구리도 산다. 길손이 이 사진을 찍고, 10여 분 후에 본 것이다. 아마도 시지 정수장 밑으로 흐르는 용수관을 타고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시커멓게 웅크리고 지나가는데 사진 찍기는 실패했다.






가전지 둑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 나오는데 그곳에 뽕나무가 있다. 일주일 전에도 익어가는 오디를 따 먹었는데 오늘도 기대하면서 찾아간다.







가전지 안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의 잎은 작았는데 오디가 많이 달려있어서 먹어보니 시큼털털하여 먹기가 거북했다.






밑에서 들여다 보니 뽕잎의 크기 차이가 확연하다.






저수지 반대 방향에 있는 나무는 잎이 넓고 무성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빈말이 아니다. 넓은 잎사귀가 있는 뽕나무의 오디는 달착지근하면서 즙도 많다.







마치 한 가지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이 뽕나무를 보노라니 저 유명한 조식의 '칠보시(七步詩)'가 생각난다.


삼국지의 조조가 죽고, 그의 장남인 '조비'가 잠재적인 정적인 셋째 조식을 제거하려고 계략을 꾸며,황궁으로 불러들여 '네가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처형하겠다'고 하자 조식은 황망한 가운데 일곱 걸음을 떼면서 아래의 시를 읊었고, 자신의 잘못을 비로소 깨달은 조비는 조식의 목숨을 살려주었다는 야사가 있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가마 솥 속에서 (끓고 있는) 콩이 우는구나.
(둘은)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어찌하여 (콩깍지는 콩을)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칠보시'의 여운이 떠나기도 전에 뽕나무 아래를 보니 좁쌀만 한 개미들이 야단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은 전쟁 중이다. 아침이나 먹고 싸우는지~ 생긴 것은 비슷한데 저넘들은 한뿌리에서 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