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三戰에 당한 줄도 모르나~

2017. 12. 3. 20:30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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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상대 국가 다룰 때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 써
사드 三不은 법률전에 해당… 習와 회담 때도 당할까 걱정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중국 부상을 경계하는 책 '웅크린 호랑이'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03년 중요한 전투 방식 중 하나로 '삼전(三戰) 전략'을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삼전이란 심리전·여론전·법률전(문서전)을 뜻하는데, 총 한 발 안 쏘고 안보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심리전은 경제·외교 압력, 유언비어 등으로 상대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2011년 중·일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론전은 국내외 여론을 조작해 사람들이 공산당 주장을 무심결에 따르게 하는 것이다. 공산당은 중국의 모든 TV·신문·잡지는 물론 인터넷까지 통제하고 있다. 14억 중국인은 공산당이 조종하는 여론에 따라 흥분하고 분노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전은 각종 문서나 지도, 국제 규약 등을 끌어들여 분쟁 상황을 중국에 유리하도록 왜곡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등 각종 분쟁에서 모호한 역사적 근거와 국제법을 내세워 전략적 이익을 굳히려 한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문제를 다루면서도 '삼전 전략'을 그대로 썼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한국행 관광객을 차단하는 등 경제 제재는 심리전이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어 모든 관영 매체를 동원해 반한(反韓) 분위기를 조성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소국(한국)이 대국(중국) 이익을 크게 침해했다'는 공산당 선전술에 흥분한 일부 중국인은 한국 상품을 불태우고, 반한 시위에 나섰다. 중국 내 교민들은 신변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공산당은 이 모든 과정을 조작해놓고도 '중국 인민의 자발적 불만 표출'이라며 딱 잡아뗐다.


중국은 마지막으로 사드 합의문을 통해 법률전을 구사했다. 그 결과 '삼불(三不·사드 불추가, 미국 MD 불가입, 한·미·일 3국 동맹 불추진)'을 문서에 넣는 데 성공했다. 우리 외교부는 삼불이 중국 주장처럼 '약속'이 아니라 '입장 표명'일 뿐이라고 하지만 중국 전략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을 잘 이해하는 게 중국이다.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를 총동원해 약속이라고 무한 반복하면 어느 순간 진실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1월 29일 자 사설에서 "한국의 삼불 표명은 중국이나 해외에서 보기에는 약속"이라며 "사드가 완전히 철수하기 전에는 한·중 관계의 새 장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중국은 '삼불 굳히기'를 넘어 사드 철수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야금야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삼불에 더해 일한(一限·배치된 사드 시스템 사용에 제한을 가하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은 한국의 사드 문제에서 총 한 발 쏘지 않고 이겼다"고 전했다. 한국의 삼불 합의는 중국의 삼전 전략에 완전히 당한 결과라는 평가다. '사드 봉합'이라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중국 최고 지도부가 잇따라 '적절한 사드 처리'를 압박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사드 협상은 우리가 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해 놓고도 당한 줄도 몰라서 이러는가.

바둑을 중국어로는 '웨이치(圍棋)'라고 한다. 주위에 있는 돌을 다루는 게임이란 의미다. 육지에서 열네 나라와 국경을 맞댄 중국은 바둑 두듯 외교·안보 전략을 짤 때가 많다. 상대의 포위를 피하면서 빈 곳을 공략해 상대 돌의 전략적 가치를 점점 약화시키는 수를 잘 둔다. 이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다. 사드 삼불 때처럼 또 중국의 삼전에 휘말려 동아시아 바둑판의 허약한 돌로 전락할까 두렵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1/20171201029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