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라벌 cc

2019. 3. 26. 11:30취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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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외동읍 내외로 577-189에 있는 서라벌 cc를 찾아가는 길이다. 골프장이 이곳에서도 한참을 더 가고,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혹시나 길을 찾지 못할까 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클럽 안내석(?)이 잘 설치되어 있다.






그곳을 조금 지나자마자 수위실 같은 건물이 나온다.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라운딩을 마치고 나올 때 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길손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참으로 민망하기도 하고, 허리를 굽히면서 지나왔지만, 내심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이 다음에 또 서라벌 cc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그나저나 이 도로가 서라벌 cc의 개인 도로인가? 뭘 이렇게 멀리 수위실을 두었지?







수위실을 지나 한참을 달리고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가니 클럽하우스가 왼쪽으로 보인다. 그런데 겉모습도 대단히 웅장하다. 경주사람들을 보고 만든 클럽하우스는 아닌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울산과 가까웠고, 라운딩하면서 보니 멀리 동남쪽으로 울산 북구의 아파트가 멀리 보였다.


이 골프 클럽은 정규 18홀, 퍼블릭 18홀로 총 36홀이면서 9홀을 증설중이라고 한다.







오늘이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곳에 왔다. 주로 여성이 많았지만, 주차장에는 차량이 정말 많았고, 그늘집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클럽 하우스 데스크 앞에 대기하는 곳은 아주 넓었으며 대기하면서 왼쪽 홀이 보이는 곳의 풍경도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풍경이 안 좋은 곳은 별로 없지만, 蛇足인가?







남자 라커룸 중간쯤에서 앞뒤로 보니 혹시 내가 중국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거짓말 좀 보태면 1개 대대 병력도 수용하고도 남을 것 같다.







골프용품 판매하는 곳에도 다양한 물품이 구비되어 있었고, 아마 이곳도 감포 제이스 cc처럼 울산에서 온 귀족노조들이 많이 출몰해서 그런 지는 모르겠으나 좌우지간 대단하다.






전반은 마운틴 코스로 시작하고, 후반은 밸리 코스로 마친다.








닭장 프로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설레서 고라고라? 아니다 졸아서 그렇다. 습관적으로 페어웨이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풀이 죽는다. 우황청심환이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티샷을 할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짓까지 하면서 골프를 해야 하는 자괴감에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 천천히 연습장에서 했던 대로 복기를 하면서 티샷 타석 뒤에서 몇 번 연습을 하지만, 뒷골이 당긴다. 울산에서 온 세 분과 그렇게 라운딩을 시작했고, 슬라이스 홀이라는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티샷한 볼은 의도한 방향이 아니었지만, 간신히 카트길 안으로 떨어졌다. 그꼴을 지켜보던 캐디가 "볼을 쳐다보지도 않고 치네요."한다






페어웨이 옆을 보니 진달래가 피었다. 그래 OB 나지 말라고 응원이나 해주면 좋겠다.






2번 홀인데 표지석 찍는 것을 까먹었나 보다. 이곳에서는 티샷한 볼이 크게 슬라이스가 나며 산으로 들어가는데 나무를 때리는 소리가 번개치는 소리 같다. OB티에서 치기로 하고, 카트를 타고 지나가면서 혹시나 해서 근처를 보니 나무에 맞고 튀어 나와서 페어웨이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이런 행운 볼을 2~3개 경험했다.  







2번 홀 그린에서 티샷 지점을 보았는데 저런 좋은 곳에서 슬라이스 낸 것이 마음에 많이 걸린다.







예전에는 파 3홀을 보면 혹시나 아이언 실타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그런 증상이 없어져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본다. 오늘은 퍼팅 감각도 매우 좋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대등하게 견줄 수 있는 것은 퍼팅이라는 말도 있기에 분발한다. 하기야 유튜브를 보면 어떤 프로는 나보다도 더 드라이버 거리가 안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은 4번 홀인데 표지석 찍는 것을 잊었다. 서라벌 CC는 거의 모든 지역이 OB 지역이어서 내심 해저드를 기대하면서 묻는 길손에게 캐디는 매몰차게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좌우 모두 OB 지역으로 아세요"라고 톡 쏘아 붙인다. 오른쪽으로 공이 날아가면 밑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으니 되도록이면 오른쪽을 공략했다.








약간 내리막의 5번 홀은 비교적 페어웨이가 넓어서 채를 길게 잡고 똥꼬에 힘을 준 다음 마음껏 휘둘러도 되는 홀이니 이곳에서 힘껏 쳤는데 훅이 나면서 왼쪽 소나무 있는 곳으로 들어가더니 이 볼도 밑으로 굴러서 행운볼이 되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치는 홀인 6번 파 3홀이다. 160m를 쳐야 하는데 뭐로 칠까 고민하다가 유틸리티로 살짝 쳐발랐는데 높이 솟아서 그린에 떨어지나 했더니 공이 풀죽도 먹지 않았는지 그린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웅덩이같이 생긴 곳에 떨어졌다. 세게 치면 그린 뒤의 벙커로 날아갈 수도 있기에 조심해서 쳐야 한다.









7번 홀도 신이 난다. 눈에 훤히 보이는 약간 오르막의 도그렉 홀인데 만약 저곳에서 슬라이스나 훅이 나서 OB를 낸다면 자신의 골프 인생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캐디가 말하기를 왼쪽 티샷 박스 왼쪽에 있는 작은 버드나무 뒤로 멀리 보이는 벙커 오른쪽 끝자락을 겨냥하라고 한다. 길손은 호쾌하게 날려서 소나무 근처까지 보내는데 성공했다.








이곳 8번 홀에서도 가운데로 친다고 한 볼이 크게 날아가면서 훅이 나는가 했더니 카트길 왼쪽 경사지에 떨어졌으나 그곳에 가보니 이 역시 페어웨이로 공이 들어와 있었다. 닭장에서는 좀처럼 이렇지 않았는데 엉터리 샬로스윙이 긴장한 탓에 효과를 제대로 발휘 못 하는 것 같다.








그늘집에서 요기하고, 밸리 코스의 1번 홀로 왔다. 오전보다 약간 까다롭다고 해서 긴장을 살짝 한다.








1번 홀을 보니 겨울에 눈이 오면 비닐포대를 깔고 앉아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썰매를 타도 되겠다. 이곳도 왼쪽이 부담스러워 중앙 오른쪽을 겨냥해서 쳤더니(말이 겨냥이지 공은 제멋대로 간다.) 또 오른쪽 카터길 위 경사면으로 떨어지는가 했더니 현장에 가니 또 밑으로 공이 알아서 내려왔다. 골프공도 산에 가면 멧돼지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밑으로 내려 오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왼쪽으로 OB를 낸 것 같은데 그린 오른쪽에 있는 벙커에서 3번 만에 탈출하는 치욕도 맞보고~ 벙커샷은 물수제비 떠 듯이 해야 하는데 당황해서 자꾸만 채를 모래 속으로 처박는 샷을 했다.








파 3홀이고 거리는  168m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약간 오른쪽으로 티샷하라고 해서 8번 아이언으로 핀 옆에 붙이는 데 성공했다. 








4번 홀은 그린이 사진 왼쪽으로 멀리 있어서 티박스에서는 그린이 보이지가 않는데, 우측으로 치면 좋다고 해서 호쾌하게 드라이버로 볼을 날려 보냈다. 그런데 세컨샷에서 유틸리티로 뒤땅을 치고 말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앞이 높은 곳에서는 볼이 왼쪽으로 날아가거나 뒤땅이 날 수가 있는데 자세를 낮추고 펀치 샷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고 없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와 같으니 어쩔 수가 없다.

(뒤땅은 체중 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코킹을 빨리 풀어버리는 '캐스팅"으로 발생한다.)







밸리 홀은 이름 그대로 계곡이 티박스 앞부분에 버티고 있는 것이 3~4개 있었는데 5번 홀은 약간 오르막 홀로 계곡은 불과 100m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중압감은 어마어마했다. 똥꼬에 힘을 빼고 친다고 쳤는데 공이 힘없이 날아가더니 겨우 계곡을 건너서 턱걸이했다.







6번 홀을 오니 허파가 더 디비진다. 계곡의 가장자리가 반듯하지도 않거니와 상당한 거리로 보인다. 얼추 120m는 족히 되어 보였는데 캐디 말로는 그렇게 멀지가 않다고 한다. 페어웨이가 약간만 눈에 보이는 것이 그냥 포기하고 싶었는데 까짓것하고 평소보다 티를 높여서 비몽사몽 간에 채를 휘둘렀는데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김정은이가 쏘아올리는 로켓처럼 공중으로 어마어마하게 솟아오른다. 뽕샷이 난 것이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채를 보니 페이스 위쪽에 공 자국이 선명하다. 로스트 볼로 자꾸 치니 드라이버가 짜증이 났는가? 타이틀리스트 PRO V1이 아니어서 그랬나? 로스트 볼이지만, 그래도 타이틀리스트인데? 캐디가 옆에서 거든다. "공을 끝까지 보지를 않네요" 정말 그렇다. 연습장에서는 공을 끝까지 보고 치는데~~ 그래도 이곳에서 나이스 파를 했다.







이곳도 계곡을 건너야 한다. 이곳에서도 장쾌한 드라이버 샷의 기분을 제대로 느낀다.






공을 치고 나서 찬찬히 서라벌 cc 풍경을 감상한다.








8번 홀 그린이 계곡 건너로 보이는 파 3홀이다. 7번으로 처발랐더니 그린 뒤쪽에 떨어진다. 그러나 2 퍼트해서 나이스 파를 한다. 고수들이야 그깟 파를 가지고 하겠지만, 나는 버디에 버금가는 이기에 신이 난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러나 골프 열기를 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지막 홀은 왼쪽으로 공략하라고 하기에 그렇게 부담없이 휘둘렀고, 보기로 마감했다. 캐디와 동반자들이 살짝 애교로 봐준 덕분에 백돌이는 면했다. 앞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 열심히 해서 萬시간의 법칙이 나에게도 왕림하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같이 라운딩한 동반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길손은 92타를 쳤다. 복기를 해보니 조금만 템포를 늦추었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더블 보기가 많았다는 것은 유틸리티와 아이언의 직진성이 많이 부족했고, 트리플 보기는 그린에 바짝 붙어 있고, 턱이 낮아 쉽게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을 벙커로 생각하지 않고, 평소 페어웨이에서처럼 평범한 어프로치 샷을 시도하다가 샌드웨지 페이스가 모래로 깊이 박히는 실수를 세 번 연거푸 해서 저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