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0. 21:16ㆍ살아가는 이야기
욱수골 산책길에 늘 마주하는 이 플래카드가 가끔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사자들이야 피가 끓고, 심장이 터지는 아픔을 느끼겠지만, 관객은 재미있다. 저번에 볼 때는 미처 보지를 못 했는데 플래카드 양쪽에 사진이 있는 것을 오늘 발견했다.
서울대를 가는 사람과 못 가는 사람의 차이가 이런 사소한 것에 있었는 지도 모른다. 서울대 가는 사람은 저 사진에 어떤 그림이 있는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어느 개그맨의 우스개처럼 "척 보면, 앱니다."가 저절로 생각나서 쓴 웃음이 지어진다.
그림을 자세히 보니 망월지 저수지에 덤프 트럭이 흙을 가져와서 매립하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저곳은 불광사 앞이다. 까딱하면 현실로 착각하기 쉬운 합성사진이다.
이 그림은 불광사 건너편의 못 둑 쪽에서 매립하고 있는 합성사진이다. 아마도 망월지 적폐 청산 위원회에서 희망 사항을 저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퍼즐이 맞춰지고 그들이 뭘 원하는가를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저수지는 사유재산인데도 불구하고, 두꺼비를 빙자하여 수성구청에서 매립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큰 불만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것도 그냥 가설이다.
처음에는 변죽만 울리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불광사와 경북불교대학을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마치 조선일보가 어떤 고발 기사를 쓸 때 시리즈로 기획하고, 저강도로 시작해서 고강도로 옮겨가면서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 나중에 항복을 받는 방법을 답습하는 것 같다.
지난번 이곳에는 아래 플래카드가 걸렸었는데 사찰에 들어가면서 잘보이는 곳에 새로 위의 플래카드를 붙여놓았다. 주어는 수성구청장이지만, 내용을 봐서는 불광사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찰의 승려나 신도들이 보면 마음이 조금 거시기 할 것 같다.
속세의 복잡한 난타전을 뒤로하고, 도롱뇽이 궁금하여 그들의 아지트로 들어간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그곳을 알 수가 없다.
저 바위 뒤에는 북방 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선경(仙境)이 있다.
이곳에 도롱뇽이나 개구리가 알을 부화하는 천혜의 장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대구 시민 중에서 길손뿐이라고 장담한다. 그런데 안이 아주 말끔하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북방산개구리의 올챙이는 수 십마리도 되지 않는다. 도대체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참 괴이한 일이다. 밤에 너구리가 모두 주워 먹었는가? 아니면 왜가리나 청둥오리가 회식했나?
올챙이가 전멸하다시피 한 곳에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보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도롱뇽 올챙이다. 불과 수십마리도 되지 않지만 살아있는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 알을 부화하면서 꽃샘추위가 상당했는데 그때 모두 동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는 북방산개구리의 올챙이고, 아래는 도롱뇽의 올챙인데 크기와 무게를 짐작하면 10~20배의 차이가 난다.
도롱뇽 올챙이가 얼마나 작은지 눈으로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지난번 인생(?)이 불쌍하여 살려주었던 연가시를 이번에 죽이기로 결심했다. 곤충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다 빨아먹고, 그것도 부족하여 숙주 곤충의 극심한 갈증과 빈사 상태를 유발하고 또한 유충이 어느 정도 자라 성체가 되어 산란기를 맞을 때쯤에는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해 숙주의 뇌를 조종하며, 뇌를 조종당한 곤충은 물가로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나쁜 놈이 어디 있는가 돌로 능지처참하고 싶었으나 은전을 베풀어서 그냥 말라 죽게 내버려 두는 형벌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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