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도 실성했나?

2020. 4. 8. 17:3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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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도 아닌데 모두 마스크를 끼고, 산책길에 나선다. 나도 공공의 적 고라니를 보기 위해 평소와 다른 코스, 즉 거꾸로 도는 길이다. 작은 야산에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다니는 늙수그레한 아주머니들 때문에 산에 사는 쑥이나 냉이 같은 식물 뿐만 아니라 그 인기척과 등쌀에 고라니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것 같다. 오늘은 고라니가 앉아 있는 것부터 동영상을 찍으려고 멀리서부터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르고 접근했지만, 결과는 꽝이다. 오늘은 도시농부들이 운영하는 들판을 구경하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는데 까치집이 눈에 띈다.







이 까치집을 지은 까치 부부는 사회생활 많이 한 다른 나이 지긋한 까치에게 물어보고 집을 짓지 않고, 저들 기분대로 집을 지은 건지 아니면, 사람과 동물을 아주 신뢰하였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분명 실성한 까치다. 길손이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낮은 곳에 지은 까치집을 본 적이 없다. 집을 지은 나뭇가지가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어 고양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오를 수가 있다.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까치다.






최홍만 선수 같은 사람이면 펄쩍 뛰면, 까치집에 손이 닿을 것이다. 온통 나라가 시끄럽고, 우한 폐렴에다가 사람들까지 날이 더워지는데도 불구하고 하나 같이 마스크를 하고 다니니 까치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제정신이 없었나 보다. 제정신이라면 집을 저렇게 낮게 지을 수가 없었겠지?







까치도 지금은 유해조수로 들어간다. 시골에서는 잘 익은 사과나 배, 복숭아에 구멍을 내지를 않나 전봇대 위에 까치집을 지어서 정전사태를 발생시키질 않나 그래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까치집을 구경하기 위해 나무에 오른다. 사실 오를 것도 없다. 발을 두어 번 디디니 안이 보인다.









까치집을 코앞에서 보면서 집을 지은 재료를 보니 고개가 약간 끄덕여진다. 까치집 주변의 포도밭에는 겨우내 전정을 한 포도 나뭇가지가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쉽게 집을 지었을 것이고, 낮게 집을 지으니 집을 드나들 때 발품(날개 품)도 좀 덜 들 것이고,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면 주변 밭에 지천으로 먹잇감이 있으니 새끼 키우기도 수월했을 것이고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 보니 동물의 털인지 아니면 합성섬유 보풀인지를 많이도 모아서 바닥에 푹신하게 깔아놓았다. 아직 알을 낳진 않았다. 까치집에 올라오니 온 동네 까치가 몰려와서 시위한다. 당사자 까치 부부뿐만이 아니라 친척 까치, 불륜관계 까치까지 모두 출동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