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9. 14:22ㆍ살아가는 이야기
먼저 故 배담 선생님의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에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해도 이미 늦으니,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의 고사성어 풍수지탄(風樹之歎)과 같습니다.
비록 부모님은 아니지만, 내 시골 국민학교 5학년 1반 때의 담임 선생님인 '배담' 선생님이십니다. 스승의 말씀 한마디가 어린 동심의 마음에 큰 꿈을 꾸게 하기도 하고, 비수의 말씀 한마디는 동심을 크게 멍들게 하기도 합니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 때는 성적 우등생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2학년부터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그렇게 4학년까지 올라갔는데 2학년~4학년 때까지의 담임 선생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망가지나 했는데 배담 선생님이 5학년 때 저의 담임 선생님으로 오시고, 그분에게서 '너는 뭐든지 잘 할 수가 있다.", "머리가 좋으니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말로 가난하여 보잘것없는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배담 선생님의 격려로 심기일전하여 성적이 몰라보게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6학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읍내의 명문 중학교에 입학하였으며, 큰 탈 없이 자라나서 안정된 직장을 얻었고, 지금은 은퇴하여 인생 2막을 현직으로 있을 때의 연계된 업무와 관련된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큰 부분에서 그 은사 선생님의 격려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입니다. 그때 한 반에서 수학했던 친구는 지방 국립대 총장까지 역임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에 거제도에 부임하여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승께서는 서울에 사셨는데 사모님이랑 의사로 일하는 시집 안 간 딸이랑 살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국민학교 동기가 그 선생님이랑 자주 술을 마신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찾아뵙고 싶었으나 그것은 한낱 생각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거제도에서 유명한 멸치를 두 포 사서 택배로 부쳐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하찮은 그것을 받으시고, 기뻐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자네가 보내준 멸치를 안주해서 지금 술을 마시는 데 정말 고맙다!!" 이 목소리가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찾아 갈 기회도 선물할 기회도 많았지만, 세상사 복잡하다는 핑계로 그만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가 작년 말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의 근황을 물어보니 이미 작고하셨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내 휴대폰엔 그분의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서 잊히고 사라진 '스승'이란 단어를 가슴깊이 새기게 해주셨던 배담 스승님!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주자십회훈처럼 돌아가신 후에 뉘우칩니다. 저는 가끔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딸에게 이런 사례를 얘기하면서 비록 가망이 없는 학생이라고 해도 선생님의 한마디가 그 학생의 일생을 좌우하니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고, 자주 해주라고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배담 선생님의 영전에 다시 한 번 명복을 빌며, 극락왕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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