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 없이 할미꽃을 피웠다.
2023. 3. 28. 19:19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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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탓인지 할미꽃이 실하지도 않거니와 붉은빛도 덜하다.
봄에 피는 많은 꽃 중에서 꼭 마주하고 싶은 꽃이 있다. 그것은 '할미꽃'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길 꺼리는 무덤에 피는 꽃이 할미꽃이기에 그것을 보려면 싫든 좋든 누군가의 무덤에 가야만 한다. 오늘도 할미꽃을 보려고 매년 오는 곳에 들린다. 지체가 높은 이의 유택이라면, 이런 곳에 터를 잡았을 리가 없다. 정말 어느 이름도 없는 민초(民草)의 무덤이다.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지만, 고온 임에게 간단히 예를 갖춘 다음 무덤의 봉분을 찬찬히 살핀다. 올해도 어김없이 할미꽃이 꽃을 피워냈다.
봉분 꼭대기에서 예를 갖추는 나에게 깊게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물기가 없는 무덤에 할미꽃이 근근이 피었다.
언제였던가? 과거 직장에서 공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우연히 찾아갔던 양산의 어느 공동묘지에서 보았던 "내가 죽어서 내세가 있다면, 사람이 다니는 길 옆에 한 송이 야생화로 피어서 지나는 이들을 즐겁게 하리라!!"라는 비문 구절이 생각나서 마음이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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