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6. 11:14ㆍ살아가는 이야기
오래전에 어느 일본 기자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의 요지는 "사물에도 영혼이 있다"라는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아주 공감하였다. 그래서 망자(亡者)가 생전에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혹시 바깥에 버려졌거나 유족이 주더라도 절대 집 안에 들여놓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사물에도 영혼이 있을 수 있거니와 망자가 애틋하게 사용했던 그 물건에 망자의 영혼이 고스란히 묻어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또래의 남보다 마이카를 늦게 장만했다. 돈도 풍족하지 않았을뿐더러 남에게 자가용으로 과시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게 장만한 준중형 승용차를 늘 애지중지 보듬으며 타고 다녔다. 주변에서는 아주 승용차를 모시지 그러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렇게 타고 다니다가 다른 승용차를 구입하였는데도 마치 가족 같은 그 차를 폐차시키지를 못하고, 25~6년 가까이 가지고 있다가 폐차하려고 폐차업체의 직원이 그 차를 가져가는데 가슴이 아프고 저렸다. 마치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사물인 승용차와 깊은 교감이 있다고 확신했다. 나와 가족을 30년 가까이 큰 사고와 고장 없이 안전하게 태워준 승용차, 비록 사물에 불과했지만, 난 거기에서 영혼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나는 중고 차량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중고 시장에 나온 차량이 혹시 고인이 되신 망자의 물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몰상식하고 몰지각하며, 탐욕스러운 한 인간이 참나무에게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다. 이미 물이 올라 가지에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는데 밑둥치를 뺑 둘러서 전기톱으로 깊은 자국을 냈다. 참나무가 제대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내년이면 말라 죽어 있겠지!
어떤 식물학자에 따르면, 나무도 서로 뿌리로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이쪽 산 능선에서 불이 나거나 병이 생기면 산 저쪽 산 능선 끝의 나무가 그런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과학이 명쾌하게 증명하지 못하고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지의 극치다.
교통에 방해가 돼서인지, 나무 그늘이 밭작물의 생장에 지장을 주어서 그랬는지, 화목으로 사용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저 짓을 한 몰상식한 자는 참나무에 깃든 영혼에 의해서 인과응보 현상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본다.
참나무에 몹쓸 짓을 한 자의 전과(前科)가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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