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31. 12:20ㆍ살아가는 이야기
이것은 도롱뇽의 올챙이다. 며칠 전에 온 많은 비로 알이 있는 곳에서 아래로 떠내려온 것을 살리려고 한다.
기어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갑자기 많이 내린 비 때문에 아래 하수구를 통해 욱수천으로 떠내려가던 도롱뇽의 알들이 물이 없는 곳에 멈췄고, 그나마 있던 수분이 증발하니 저렇게 알몸으로 내팽개쳐졌다. 나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생태해설사도 아니고, 수성구청 녹색환경과 직원도 아니다. 내가 남들이 볼 때 이득도 없는 곳에 오줄없이 나서는 것은 작은 생명에 대한 연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곳의 사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곳에 알렸지만, 무책임하게 그냥 관찰하는 것에만 머물다 보니 이런 꼴이 생긴다. 제 입에 밥 들어가는 것에만 신경을 썼지 저들이 마땅히 해야할 일을 방기하여 죄없는 생명이 죽어나간다.
둥글게 곡옥(曲玉)처럼 말린 도롱뇽의 알이 물에 쓸려내려 가다가 작은 치(雉) 위에서 간신히 멈췄지만, 햇빛에 노출되어 말라 죽어 가고 있다.
물 밖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는 도롱뇽알의 알을 들여다보니 안에서 까만 올챙이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있다.
비록 미물이지만, 생명이 꺼져가는데 징그럽고, 어쩌고 없다. 저렇게 손바닥에 올려서 얕은 물에 넣어주었다. 이제 생명 운이 있다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것이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위에서 부화한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올챙이가 언제 마를 지도 모르는 작디작은 물웅덩이에 있다.
내가 가진 도구라고는 맨손밖에 없다. 나의 속을 모르는 녀석들은 한사코 살려고 도망쳐서 숨는다. 주변에 패트병이라도 있는가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3월 30일이다. 이글을 올리는 시간에는 이미 저 작은 웅덩이는 말랐을 것이고, 올챙이들은 이미 이 세상의 것들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미물이고, 자연섭리라고 하지만, 죄책감을 느낀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한 먹이질 (0) | 2024.04.14 |
---|---|
2024 대구국제마라톤대회 - 인해 전술(人海戰術)인가? (0) | 2024.04.07 |
버드나무에 종기(腫氣)가? (0) | 2024.03.24 |
'큰오색딱따구리'의 지난(至難)한 먹이 질 (0) | 2024.03.15 |
두꺼비 알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