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갑오년 새해 일출

2014. 1. 1. 11:0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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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새날이 밝았다. 매일 아침 산책길에 보는 일출이지만, 새해의 일출을 보고자 수백 리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에의 성의를 봐서라도 특별한 의미를 담아 아침 일찍 일어나 장승해안로에서 일출이 비교적 보기 용이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차량을 정차시켜놓은 많은 일출 관광객들이 빽빽이 들어찼고, 나도 그 사이에 자리잡았다.

 

 

 

 

 

 

오늘은 구름은 없지만, 수평선에 개스가 가득차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좋은 일출은 기대하지 못하겠다. 이미 이 시간이면 태양이 수평선에 모습을 나타냈을 텐데 개스때문에 아직 보이지는 않는다.

 

 

 

 

 

 

 

 

 

 

 

 

 

 

 

 

 

 

 

 

 

 

 

 

청마(靑馬) 예찬
 
김덕권 칼럼니스트

 

갑오년(甲午年) 새 해가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저야 저 동해바다 정동진까지 달려가 해돋이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덕산재(德山齋)’ 넓은 창밖으로 떠오르는 붉고 찬란한 ‘청마(靑馬)’ 한 마리를 품에 안았지요. 2014년은 ‘청마의 해’라고 합니다. 푸른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띠 해에 청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한 번 알아봅니다.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우선 흑마가 12년 만에 청마가 된 것은 60갑자의 원리를 알면 이해가 쉽습니다. 간지(干支)는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申)ㆍ임(壬)ㆍ계(癸)라는 10간과 자(子 쥐)ㆍ축(丑 소)ㆍ인(寅 호랑이)ㆍ묘(卯 토끼)ㆍ진(辰 용)ㆍ사(巳 뱀)ㆍ오(午 말)ㆍ미(未 양)ㆍ신(申 원숭이)ㆍ유(酉 닭)ㆍ술(戌 개)ㆍ해(亥 돼지)라는 12지가 순서대로 맞물리면서 그 해의 이름이 정해집니다.
 
이때 10간(干)을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라 2개씩 묶어 5가지 색으로 나눕니다. 그러면 갑과 을은 나무를 상징하는 청색, 병과 정은 불을 상징하는 적색, 무와 기는 흙을 나타내는 황색이 되죠. 또 경과 신은 금을 상징하는 백색, 임과 계는 물을 상징하는 흑색입니다. 그리고 12동물(12支)의 해는 1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며 같은 색깔, 같은 동물의 해가 돌아오기까지는 60년이 걸리죠. 한 가지 동물은 12년마다 색깔이 바뀌면서 60년 동안 5가지 색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말은 상서로움과 희망, 정열과 믿음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으로 표현됩니다.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단단한 말굽과 거친 숨소리가 연상돼 강인한 인상을 주죠. 이러한 말은 고래로 원시미술ㆍ고분미술ㆍ토기ㆍ토우ㆍ벽화 등 예술의 소재로 사용됐으며, 신화ㆍ전설ㆍ민담ㆍ속담ㆍ시가(詩歌) 등의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했죠. 그 말의 상징에 대해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네요.
 
첫째, 말은 정열과 양(陽)을 상징합니다. 예로부터 말은 양(陽)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습니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양기가 가장 충만했을 때를 정오(正午)라고 하지요. 왕성한 에너지와 정열적인 활동 역시 말의 몫이 아닌가요?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는 일찍이 말을 남성적 동물로 여겨온 것입니다.
 
둘째, 말은 지상과 천상(天上)을 잇는 동물입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설화를 보면, 말은 천상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고허촌장 소벌공이 상서로운 빛이 하늘에서 나정(蘿井) 우물 옆 숲 사이로 드리웠기에 찾아갔습니다. 흰말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죠. 말이 울던 그 자리에 불그스름한 큰 알이 하나 있네요. 소벌공이 알을 깨뜨려 보니 총명한 사내아이가 들어있었습니다. 박만한 알에서 태어나 성을 박이라 하고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이름을 혁거세라 했습니다. 바로 그가 하늘의 뜻을 이은 신라의 시조이며 경주 박씨의 시조 박혁거세인 것입니다.
 
셋째, 말은 신령스러운 동물입니다. 말은 12지 동물 가운데 조류인 닭, 상상의 동물인 용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는 신성한 동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라 고분 천마총 벽화이죠. 벽화의 주인공은 날개 달린 천마입니다. 천마는 하늘의 옥황상제가 타고 다니는 말이라고 합니다. 지상의 말에 날개를 달아 천상을 날게 한 상상은 우리 민족의 말에 대한 신앙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소나 돼지, 심지어 개고기까지 먹으면서도 말고기는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이 죽으면 따로 무덤까지 만들어 주었죠. 
 
넷째, 말은 밝은 미래와 희망을 약속합니다. 말은 튼튼한 육체와 활기 넘치는 정력의 화신으로 밝은 미래와 희망을 약속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말은 우두머리요, 지도자요, 선구자를 상징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민속놀이인 윷놀이에서도 말이 으뜸입니다. 도는 돼지, 개는 개, 윷은 소를 상징하고, 가장 점수가 많은 모는 말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즉 단순히 뜀박질을 잘하는 동물을 넘어 말은 힘과 능력을 의미하죠.
 
다섯째, 말은 신의(信義)의 상징입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공물(供物)을 주고받을 때 말은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신의를 상징하기 때문이죠. 단군왕검의 아들이 중국의 우왕에게 홍수를 다스리는 법을 전수할 때에도 그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맹세로 우왕이 백마 피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홍길동전〉에도 도적들이 홍길동을 우두머리로 받드는 과정에서 백마 피를 올려 충성을 맹세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렇듯 동물 중에 말을 상수(上首)로 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말에 대한 신앙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죠.
 
여섯째, 말은 불교에서 여의륜(如意輪) 보살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회화(繪畵)로 표현한 탱화 가운데, 오신장(午神將)을 그린 탱화가 있습니다. 여의주를 만드는 여의륜(如意輪)보살의 화신인 오신장은 말 모습을 하고 있죠. 이름은 ‘마지라’이며 작살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원하는 바가 있는 생명체들에게 여의주(如意珠)를 만들어 창고에 뒀다가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청마 예찬이요! 갑오년 말띠해의 청마는 적어도 이 여섯 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능히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동물이 아닌가요? 이런 말의 신령스런 기운을 받은 우리입니다. 어느 해나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었습니다. 올 한 해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 일러 난세(亂世)라 하죠.
 
기정진(奇正鎭 : 1798년∼1879년)의 난세를 무사히 살아가는 비결(秘訣)로 ‘청마의 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 까요!

“처세에는 부드러운 것이 제일 귀하고/ 강강함은 재앙의 근본이니라./ 말하기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 일 당하면 바보인 듯 삼가 행하라/ 급할수록 그 마음 더욱 늦추고/ 편안할 때 위태한 것 잊지 말아라/ 이 글대로 일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참으로 대장부니라.”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