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 20:20ㆍ살아가는 이야기
근래 들어 심란한 날이 많아졌다. 달리 생각할 것도 없이 개금 동자상이 바위에 새겨진 화신산 해원암으로 갔다. 바다와 접해있어서 海원암인가 보다.
내 속마음을 들켜버렸다. '와왔노?' 의미심장한 그 한마디에 길손은 할 말을 잊는다.
해원암은 일반 가정집처럼 조성되어 소박한 느낌이 든다. 신도들은 많지 않은 듯하지만 조망이 좋고,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서 좋다.
암자 마당에 서면 시원한 바다가 해송사이로 보인다.
요사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문수 동자상이 모셔진 곳이 있다. 밖에서 보면 규모도 작고, 소박하다.
문수동자상을 모신 작은 건물에 이어진 테라스에서 바라보니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아래 바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뭔가 있다.
저렇게 위험한 곳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있다. 지금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인데 1시간 후면 해가 넘어간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낚시가방을 메고 바위 밑으로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이제 낚싯대를 펼쳐서 언제 고기를 낚으려고 하는가? 곧 어둠이 몰려올 텐데 정말 걱정된다.
작은 건물 중앙에는 흰색의 약사여래불이 정좌하고 있고, 옆에는 동자상 그림이 걸려있다.
처음에는 오른쪽부터 세로로 읽었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문수동자상을 바위에 조각하고 개금을 한 부소비헌 선생이 설마 극히 세속적인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리위크맨'이라는 외국인도 불사에 참여했으니 가히 국제적인 성금으로 이것이 제작되었다.
문수동자의 얼굴이 참으로 평화롭다. 바위에 음각으로 조각을 하고 금칠을 하였는데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하게 느껴져 한참을 바닥에 앉아 동자와 마음 속의 대화를 나눈다. 밑에 '부소비헌'이란 분이 이것을 제작하였다.
제작과정 : 부소비헌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lanibi?Redirect=Log&logNo=120184679891
털머위가 꽃을 피웠으나 차가운 날씨에 그만 시들고 만다.
저 위로 장승 해안로가 지나가고 그 밑에 이곳 해원암이 있다.
옥녀봉 옆으로 오늘 하루 세상을 밝혀준 해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넘어가면서 내일을 기약한다. 그래 내일 아침에 또 동쪽에서 너를 만나련다.
오늘 저렇게 지는 해는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을 지나 대서양을 지나 아메리카를 지나고 태평양을 건너서 내일 오전 7시 16분경이면 또 만나겠지 잘 가거라 내일 아침에 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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