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해경의 고백 “흥청망청 해경, 누가 감시할 수 있을까”

2014. 5. 21. 21:56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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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18일 오전 대책본부가 마련된 전남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안경 낀 이)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진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토요판] 특집

해경과 수난구조를 말한다

 

 

 

▶ 한때 복지국가가 화두였던 우리 사회는 세월호 침몰 이후 ‘알고 보니 안전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부실 구조로 해양경찰이 감사를 받고, 구조마저 민영화가 진행됐다는 사실 앞에서 국민 보호라는 최소한의 국가 역할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인 시대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받을 복지 혜택이 아닌, 무덤까지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생겼습니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전부터 구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야. 개판이라니까. 승진에 흥청망청, 봉급 올리는 데 혈안이고.”

 

3년 전 해양경찰 경감으로 퇴직한 ㄱ씨는 지난 13일 인천 송도동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ㄱ씨는 “해경은 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들어가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체 수준의 전면 쇄신 요구를 받는 해양경찰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지난 2월 부산 화물선 충돌 사고로 기름이 유출될 위기에 놓이자 남해해경청 특수구조단 경사가 온몸으로 유출 부위를 막아내고, 전남 목포해경 경찰관은 지난해 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으로부터 흉기를 맞아 상처를 입기도 했다. 육지 경찰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증거를 인멸하고 시위대 과잉 진압으로 ‘정치화된 국가경찰’로 인식되는 동안 해경은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영웅으로 비쳤다. ㄱ씨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수사권 통해 해수부 길들이기

 

“나는 해경이 귀족 관료라고 생각해. 속된 말로 해경 안에 성골, 진골이 있는데 특채와 간부 후보생끼리 지휘부를 주거니 받거니 해. 해경은 이벤트 집단 같아. 중국 어선 잡는다고 기자들 배 태워서 방송 내보내고, 그거 제일 좋아해. 무슨 사건 났다 하면 조직 불릴 생각 하고. 서해훼리호 사건 나고 유도선 인허가 업무를 갖고 왔잖아. 해경 조직은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 해. 1980년대에는 해상훈련도 했는데 지금 그런 거 없어. 행정 중심이지. 해경이 1996년 경찰청에서 떨어져 나와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나오면서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든 게 문제야. 사각지대잖아.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지. 승진도 육경에 비해 서너배 쉽지. 승진 잔치의 연속이었어. 본연의 기능엔 충실하지 않았어.”

 

2006년 해경이 동해·서해·남해·제주지방해양경찰청을 신설하면서 간부는 대폭 증가했다. 경감 이상 간부는 현재까지 79% 증가했지만 경위 이하 증원은 35%였다. 이 기간 증가한 인원 2200명 가운데 구조 전담인력은 8.7%인 191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양경찰은 해양안전보다 수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며 몸집 불리기를 해왔다. 해안경비대가 아닌 해양경찰로서의 조직 강화를 해온 것이다. 현재 해경 수사·정보 인력(752명)은 구조 인력(232명)의 3배가 넘는다. 해양경찰은 독자적인 해양 분야 수사 교육을 담당할 해양경찰수사연수소를 지난 2월 출범시키기도 했다.

 

승진은 지역 경찰서가 아닌 해양경찰청 출신, 함정 경험이 없는 행정직에 편중됐다. 2012년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12명 가운데 근무지별로는 10명이 본청 근무자였고 서·남해청 근무자는 2명에 그쳤다. 경과별로는 경무·기획이 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경비·안전이 3명, 정보·수사가 2명, 장비는 1명에 그쳤다.

 

특히 함정을 타는 해경들의 월급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해경청은 2008년 전남 가거도 해역에서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지면서 수당 현실화에 힘썼다.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을 월 80시간 이하만 인정해 주던 규정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한 것이다. 2012년 3000t급 이상 대형 경비함장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섰다. 대형 경비정 함장들은 경찰서장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 계급이다.

 

“누가 해경을 감시한다고 생각해? 아무도 없어. 사법권을 가진 해경이 해수부 내사를 벌이면서 길들이기를 해왔지. 둘의 역학관계는 복잡해. 예전에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경찰들 경찰 신분 없앤다고 해서 난리났잖아. 해경이 그때 장관을 별렀지. 아무튼 최 장관이 계속 말실수해서 초단기로 경질됐는데 해수부도 해경 관리하기 어려워. 육지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 받지만 해경은 그것도 없어.”

 

일반 경찰은 안전행정부 산하 경찰위원회가 승진임용 규정 시행규칙부터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그러나 해양경찰은 예외다. 해양수산부 산하에도 심의기구가 없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경찰이 훈령이나 규칙 등 경찰 관련 정책을 바꿀 때 부서별로 협의 정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경찰 임명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해양경찰은 경찰 관련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경찰 신분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1953년 내무부 해양경찰대로 시작돼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인 해양경찰청으로 승격했다. 해양경찰청은 ‘경찰’과 ‘해안경비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몇 차례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가 각 지방해운항만청과 해양경찰청을 통합하여 해양안전청을 설립하고 해양경찰의 수사·정보 기능은 육상경찰로 이관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해양경찰관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 노무현 정권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이 2003년 해양경찰 인사권을 경찰청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주장했고 이는 경찰 신분을 폐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반발이 커졌다. 당시 최 장관이 연이은 말실수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은 2005년 5월 해양경찰청의 영문 명칭을 ‘Maritime Police’(해양경찰)에서 ‘Coast Guard’(해안경비대)로 변경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 또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대외적으로는 ‘Coast Guard’(해안경비대), 대내적으로는 ‘Police’(경찰)를 병행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재 해양경찰의 영문 명칭은 ‘Korea Coast Guard’(한국 해안경비대)이다.

 

 

 

해경, 세월호 부실구조로 감사
중국어선 단속으로 바다 영웅
인식됐지만 감시 사각지대서
승진잔치와 월급 올리기 몰두
수당 제한 없애 함장 연봉 1억

해안구조대와 해양경찰 정체성
사이에서 수사인력 보강하며
구조 역량 강화하지 않았다
특기와 상관없는 순환보직
해양 전문가 육성에는 실패

 

 

특기와 무관한 인사, 전문성과 거리 멀어

 

해양경찰은 일반 경찰과 다른 인사 규정을 갖고 있다. 일반 경찰은 대통령령인 경찰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군대 병과와 비슷한 경과 규정대로 인사를 한다. 그러나 해양경찰은 청장 훈령인 해양경찰청 인사운영규칙에 따라 인사를 한다. 현실에서는 사실상 특기·직별과 상관없는 인사가 이뤄져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ㄱ씨도 자신의 특기·직별과 상관없는 부서에서 주로 근무했다. 부하 직원들이 하는 업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했다. 조선공학 박사 학위로 해경에 특별 채용돼 구원파 논란으로 경질된 이용욱 전 정보수사국장의 이력만 보더라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해경 지휘부는 주로 행정고시와 한국해양대학 출신 등이 맡았다. 해경 경무관 이상 간부 14명 중 1000t 이상 경비함장 경력자도 없고, 총경 이상 간부 67명 중에도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비율이 25%다.

 

ㄱ씨는 이런 순환 보직 때문에 해경이 결코 해상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 법령도 엉망이야. 선박 관리가 개판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여객선은 인허가 등록은 해수부 관할이고, 유도선은 해경, 어선은 지자체야. 선박 관리를 항만청, 해경, 한국선급, 선박기술관리공단이 하는데 전문성은 글쎄…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해경 인사가 전문가를 만드는 구조가 아니잖아. 해양오염방제국은 환경부로 보내는 게 맞아. 그게 끝발부서거든. 바다에 기름 한 방울만 떨어져도 어떻게 돼? 기업들은 (기름 유출 때문에) 해경이 무섭지.”

 

ㄱ씨는 해양경찰청 과장이던 시절 지역 유지들과 술자리도 종종 가졌다. “접대받는 문화도 많지. 김영삼 정부 때 접대는 없어졌는데 일명 ‘행발위’라고 또 생겼어. 행정발전위원회라고. 육경(육지 경찰)에도 있을걸? 선사나 기업 관계자 같은 관내 유지랑 술 먹는 거지. 방귀 좀 뀌는 애들이랑. 그거 다 유착되는 고리거든. 과장급 이상은 회원이니까 나가서 저녁 먹고 술 마신 적은 있어. 지역 유지들이 격려금 좀 내고 상장 만들어서 경찰관한테 주고. 이벤트 만드는 거야.”

 

해양경찰이 각종 업체들과 사업을 벌일 때는 ‘갑질’을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공무원이 갑 아냐? 지시만 하고 업체들 오라 가라 하고. 스폰서 공무원들도 많지. 뒷돈 받고 업체 밉보면 자꾸 바꾸는 거야. (특정 부서를 거론하며) 거기 관리자가 업체들이랑 회의하는데 두세 시간 기다리게 만들어. 탐관오리야. 관리자가 왜 자꾸 현장에 가? 담당자 시키면 되지.”

 

그는 역대 청장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내가 과거에 ○○○ 해경청장을 모셨는데 업무 감독 순시한다는 명목으로 해경 배 타고 비행기 타고 놀러 다녀. 청장들 헬기나 비행기 몇 번 타는지 알아 봐. 그거 완전 총경 자가용이야. ○○○ 총장은 돈이 많지. 나한테 갖고 있으라고 해서 집에서 보관한 적도 있고. 그게 무슨 돈이었길래 나한테 맡아달라고 했을까? 지금도 청장이라는 자리가 그런 자린가 싶기도 해. 역대 청장들 교도소 많이 갔잖아.”

 

 

곪을 대로 곪은 문제, 세월호 참사로 부상

 

9~11대 해양경찰청장이 비위 행위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실은 해경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11대 모강인 전 청장은 면세유 판매업자로부터 2500만원을 받았고, 10대 이길범 전 청장은 해양경찰학교 건설현장 식당 수주로 브로커 유아무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9대 강희락 전 청장 또한 같은 브로커 유씨로부터 건설공사 현장 민원 해결과 경찰관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1억9000만원을 받았다. 2008~2012년 5년간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 내 발생한 범죄 건수(597건) 가운데 해양경찰이 1위(120건)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도덕 불감증은 해경이 일반 경찰에 가려져 시민사회와 언론 등 일상적 비판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성장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ㄱ씨는 퇴직 후 해경 산하단체 또는 유관기관에 취업하지 않았다. “난 성격이 불같아서 아부 잘 못해. 관리자, 담배 피우면 불 갖다 바치거나 그런 성격이 못 되지. 지휘부까지 승진도 못했고. 해경 출신이 한국선급, 해운조합, 한국해양구조협회, 한국수상레저협회에 다 있는데 일은 무슨 일을 하겠어? 앉아서 그냥 월급만 축내는 거지. 해경이 수사권을 쥐고 있으니까 거기서 우산 역할 하러 가는 거고.”

 

세월호 침몰 이후 비판받는 해경 조직을 보며 안타깝지 않으냐고 ㄱ씨에게 물었다. ㄱ씨는 “무고한 목숨들이 사라졌는데 해경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ㄱ씨는 담담했다.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세월호 사건으로 터졌을 뿐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었다.

 

“자부심이나 국가관? (해경에게) 그런 건 없고. 필요 이상으로 으스대지. 제복 입고. 직원들한테 밖에 식사하러 갈 때는 제복 입지 마라고 하는데 꼭 입어. 권위주의는 아니라도 제복 자체가 권위잖아. 똥폼을 많이 잡는 거지.”

 

감사원은 지난 14일부터 목포해경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감사에 착수했다.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기사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7390.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