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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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니 토종밤도 떨어진다.
욱수천변에 선 비루먹은 듯한 토종 밤나무가 열매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바위 너덜 위에 자란 밤나무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돌보는 이가 없어도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추석이 다가오니 작은 밤톨을 힘겹게 만들었고, 후세대를 위해 토종 밤알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어느 이름 없는 시인이 남긴 정겹던 시(詩)도 덧칠한 페인트로 의미 없이 사라지고
2020.09.16 -
시심(詩心)이 있는 작은 터널
동네 작은 굴다리 터널 벽이 살아있었다. 누군가는 승용차를 타고, 누군가는 오토바이로 또 누군가는 자전거로, 도보로 무수히 다녔을 이 공간에 어떤 아마추어 시인이 시심(詩心)을 남겼다.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낙서처럼 시를 남겼는데 그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온다. 저 터널 끝에는 욱수천이 있고, 또 그 밑으로는 옛 여인들의 빨래터인 '망덕걸'이 있다. 가끔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뭔가 눈에 띄었으나 그냥 낙서겠지 하면서 지나쳤는데 오늘 보니 '시(詩)'라는 제목의 시詩가 있다. 재 작년부터인가? 아니면 작년부턴가? 이 터널에 민족 시인인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가장 먼저 등장했다. 아마도 이곳에 시를 적고 싶었던 그이는 자신의 '시(詩)'부터 이 벽에 옮기기가 수줍었던 것 같다. 마치 스스로 죽는 사람..
2020.08.09 -
터널이 하는 얘기
時至 신 대구 - 부산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에 있는 어느 한적한 터널이다. 차량 통행은 없고, 사람의 통행도 뜸한 곳인데 아침 산책을 하다가 저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지난번 지나갈 때도 터널엔 그저 관심도 없고, 속보로 그냥 통과하였는데 오늘은 예전과는 달리 터널 벽을 유심히 보..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