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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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 없이 할미꽃을 피웠다.
가뭄 탓인지 할미꽃이 실하지도 않거니와 붉은빛도 덜하다. 봄에 피는 많은 꽃 중에서 꼭 마주하고 싶은 꽃이 있다. 그것은 '할미꽃'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길 꺼리는 무덤에 피는 꽃이 할미꽃이기에 그것을 보려면 싫든 좋든 누군가의 무덤에 가야만 한다. 오늘도 할미꽃을 보려고 매년 오는 곳에 들린다. 지체가 높은 이의 유택이라면, 이런 곳에 터를 잡았을 리가 없다. 정말 어느 이름도 없는 민초(民草)의 무덤이다.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지만, 고온 임에게 간단히 예를 갖춘 다음 무덤의 봉분을 찬찬히 살핀다. 올해도 어김없이 할미꽃이 꽃을 피워냈다. 봉분 꼭대기에서 예를 갖추는 나에게 깊게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물기가 없는 무덤에 할미꽃이 근근이 피었다. 언제였던가? 과거 직장에서 공..
2023.03.28 -
외로운 무덤에 핀 할미꽃
할미꽃이 불현듯 생각나서 산책길에 급하게 발길을 돌려 외로운 묘소에 왔다. 다행히도 꽃은 지지 않고, 곱게 피어 있었다. 길손은 가뭄에 콩 나듯이 이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 늘 짠한 마음을 가졌는데 그러나 외롭게 이곳에 자리 잡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어떤 고운 이의 유택에는 그래도 왕성하지는 않지만, 매년 수줍게 할미꽃을 피워내서 길손처럼 할미 꽃을 보러오는 사람을 끌어당긴다. 성격이 급한 한 줄기는 이미 머리를 풀어 제치고 있다. 늘 한결같이 있어서 돌보는 후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무덤 양옆으로 난 참나무를 제거하려고 애쓴 흔적을 보니 후손이 있긴 있나 보다. 딱따구리가 구멍을 낸 것 같다. 힘도 세다.
2022.04.09 -
슬픈 할미꽃
이 이름 없는 무덤을 그냥 지나쳤다면 올해 할미꽃 구경을 하지 못할 뻔했다. 할미꽃이 왕성히 피지 못하고 시들시들해 보인다. 무덤의 주인도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시무룩하셨나 보다. 자손들이 불경기로 인해 자주 찾지도 못하고, 아주 많이 찾지도 못했을 수도 있지만, 사업이 잘되고 돈을 잘 벌면 자동차가 다니는 좁은 길 옆 좋은 위치에 자리한 이곳에 오지 못할 이유도 없었을 것인데 주변이 온통 바위투성이 사이에 용케도 한자리를 차지했는데 고관대작의 무덤에 비하면 검소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벼슬 없이 평생 배우다가 돌아가신 '학생(學生)' 신분이다. 이미 시들어버린 할미꽃도 보인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빨리 지는고? 옛날에 그 흔하게 보았던 할미꽃이 이젠 천연기념물처럼 보기가 어려워졌다...
2021.04.06 -
어느 무덤의 할미꽃
어느 가신 님의 소박한 무덤가에 핀 할미꽃! 곁에 사랑하는 임도 없이 홀로 누운 외로운 무덤에 외로움을 같이 하려고 핀 할미꽃 남매. 땅속이 갑갑하여 일찍 세상에 나온 할미꽃은 이미 백발이 되었네! 무엇이 그리 급해 백발을 날리며 떠나려고 하시는고? 백발이 된 할미꽃 형제들이 야..
2020.04.15 -
옛추억을 살리는 할미꽃
평생 이름 없는 민초로 살다 간 어느 임의 소박한 무덤이다. 바위투성이 사이에 용 캐도 몸을 누일 만한 공간을 찾았고, 그곳에서 안식한다. 그 소박한 무덤에 올해도 소박한 무덤에 어울리는 할미꽃이 수줍게 아래를 보면서 피어났다. 할미꽃이 세면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
2017.03.29 -
철쭉이 진달래를 추월한다!!
길에 저렇게 털옷을 벗은 견공이 있다. 앞다리는 짜귀가 났는지 안짱다리를 하고, 제법 따뜻한 날인데도 바람이 부니 벌벌 떨고 있다. 보기가 안타까워 아는 체를 했다. 사타구니를 보니 피부병이 있는 것 같다. 오호라 그래서 가죽옷을 입혔구나! 춥기 때문인지 거시기가 빠짝 오그라 붙..
201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