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할미꽃

2021. 4. 6. 20:42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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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름 없는 무덤을 그냥 지나쳤다면 올해 할미꽃 구경을 하지 못할 뻔했다. 할미꽃이 왕성히 피지 못하고 시들시들해 보인다. 무덤의 주인도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시무룩하셨나 보다. 자손들이 불경기로 인해 자주 찾지도 못하고, 아주 많이 찾지도 못했을 수도 있지만, 사업이 잘되고 돈을 잘 벌면 자동차가 다니는 좁은 길 옆 좋은 위치에 자리한 이곳에 오지 못할 이유도 없었을 것인데 

 

 

 

 

주변이 온통 바위투성이 사이에 용케도 한자리를 차지했는데 고관대작의 무덤에 비하면 검소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벼슬 없이 평생 배우다가 돌아가신 '학생(生)' 신분이다. 

 

 

 

 

 

이미 시들어버린 할미꽃도 보인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빨리 지는고?

 

 

 

 

 

옛날에 그 흔하게 보았던 할미꽃이 이젠 천연기념물처럼 보기가 어려워졌다. 아마 환경오염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겼을 것인데 10여 년 전에 할미꽃을 캐서 집의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석축이랄 것도 없다. 돌 몇 덩이를 주변에서 주워다가 축대라고 쌓았는데 이것을 보는 길손의 마음이 착잡하다. 처삼촌 벌초하듯이(?) 그렇게 돌을 쌓았다. 살아계실 때도 소박하셨을 것인데 돌아가셨어도 소박하게 누워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