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온 임의 안식처와 토종벌

2021. 4. 1. 20:34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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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시다가 가신 어느 고온 님의 유택 옆으로 누군가 토종벌을 키우고 있다. 벌통을 갈무리한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공이 상당해 보인다.

 

 

 

 

 

옛날에는 저 바위 밑으로 오솔길이 있었을 것이다. 산소 자리가 마땅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름대로 명당이라고 생각했는지 옆에 쌍분을 쓸 조그만 공간도 없다. 

 

 

 

 

 

산소 뒤편에서 왼쪽을 보니 작은 토종 벌통이 보인다. 

 

 

 

 

 

산소 옆으로는 엉기성기 둘레석을 쌓았다. 아무래도 옛날에 형편이 안좋아 인부를 많이 구하지 못해서 저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산소 정면에는 저런 바위가 약간 수평으로 나가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고온 임을 모셨을까? 혼유석을 보니 고온 임은 여인의 몸이었다. 

 

 

 

 

 

산소 정면에서 왼쪽을 보니 누군가 나무를 가지런히 쌓아서 방책을 쌓았다. 멧돼지가 다니는 길을 막았던가? 고온 임의 후손들이?

 

 

 

 

 

나뭇더미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바깥에서 드러나지 않은 벌통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벌통 주인과 산소의 후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려가 보기로 하고 입구에 들어서는데 참 가지런하게도 정리했다. 참 섬세한 사람이란 느낌이 온다. 

 

 

 

 

 

이 토종 벌통이 이곳에 있었던 것은 여러 해가 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벌통을 철망으로 싸서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이 쉽게 파손하지 못하게 했다.

 

 

 

 

 

벌통 주변으로 엉기성기 가시철조망과 나뭇가지로 경계를 만들었다.

 

 

 

 

 

1번 벌통

 

 

 

 

 

2번 벌통

 

 

 

 

 

이것을 설치하고 난 후에 얼마나 많은 토종벌이 입구를 들락거렸는지 벌통 입구가 때가 반질반질하다. 벌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한참을 구경하고 위로 올라가는데 위쪽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진다. "거기 누구요?" 안경을 쓴 호리호리한 중 늙은이 남정네가 작은 륙색을 매고 올라가는 길손을 내려다본다. 아마 벌통을 해코지하려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인근에 살며, 봉화가 고향이라고 한다. 곧 그가 길손보다 한 살이나 위이고, 어린 시절에 배고프고 굶주렸던 보릿고개를 기억한다. 그래서 통일벼와 호롱불, '호야'라는 이동식 등불에도 의기투합한다. 참으로 손이 매서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백두산 꼭대기에 발가벗겨 데려다 놓아도 능히 살아올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토종 벌꿀 농사가 잘되어서 그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었으면 더 바랄 것도 없다. 

 

 

 

 

 

주변에 벚꽃이 만개하여 밀원은 형성되었으니 날씨가 아직 쌀쌀하여 토종벌의 움직임이 날렵하지가 않다. 그래도 낯선 상대에 대해 나름대로 인식을 하고, 벌통 안에다가 경고하였는지 휴대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길손을 호시탐탐 연탐하면서 주위로 위협 비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