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을 지나가다 들린 불가사의한 칼국숫집 - 한서방 칼국수

2015. 11. 29. 22:20여행이야기

728x90



구문소를 지나 동해시로 바쁘게 향하는 길이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아들이 옆에서 한마디 한다. 이곳에 가끔 온 적이 있는데 칼국수를 잘하는 것 같단다. 그 시각이 15시 20분이니 점심을 먹기도 저녁을 먹기도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닭 칼국수를 특히 잘한다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겉은 그냥 여느 평범한 식당 비주얼이다. 아들에 의하면 동해시 인근에 도무지 사람도 없을 것 같은 호젓한 곳의 식당에 식사시간이면 하늘에서 떨어진 건지, 땅에서 솟았는지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곳도 38번 국도가 지나는 곳이지만 번화한 곳이라고는 별로 없는 곳에 있다.






네 가지의 메뉴가 있는데 특이한 것이 백숙과 국수의 조합이다. 백숙을 잘하니 닭 칼국수를 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아리송하다.






주문하기 전에 주방에서 나오는 칼국수를 살짝 훔쳐본다. 이 다섯 그릇 모두 닭 칼국수다. 주문하면서 주변을 봐도 대부분 이 닭 칼국수를 시켜서 먹고 있다. 그러니 이 '한서방 칼숙수'집의 주력메뉴는 이 닭 칼국수가 틀림없겠다. 우리도 닭 칼국수를 주문한다.








지금 시각이 오후 3시25분 정도 되었다. 점심시간이 이미 한참이나 지났는데 이곳에는 지금 점심시간인가 보다. 꾸역꾸역 하염없이 손님이 밀려든다. 아무래도 땅에서 솟았나 보다. 칼국수를 먹는 사이에도 쉬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원래 사진을 찍으려면 주인을 허락을 받는 것이 도리겠으나 워낙 바쁘니 배식구로 사진기를 넣어 칼국수 끓이는 것을 살짝 찍었다. 종업원이 사장에게 전갈하였나 보다 여주인이 "왜 사진을 찍느냐"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주방도 깨끗하고, 모두 정갈하니 트집잡힐 일이 없겠지만, 낯선 이가 주방의 사진을 찍으니 몰래 위생상태를 고발하여 돈을 버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 같다. 이곳이 닭 칼국수를 잘한다고 하여 친구들에게 소개한다고 해명하여 무사히 패스~






우리가 주문한 닭 칼국수가 나왔다. 첫눈에 푸짐하게 보이면서 고명으로 얹은 닭고기에 눈이 간다.








닭의 가슴살로 추정되는 닭고기가 들어갔는데 작은 보조 접시에 옮기니 닭의 갈비뼈가 보인다. 음~ 대부분 닭 가슴살을 사용했다는 증거다.





다대기를 넣어서 휘저었다.






길손의 입에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최상의 김치가 푸짐하게 제공된다. 워낙 맛이 있어서 한접시를 더 시켜서 먹었는데 물론 공짜다.






세로로 채를 썬 것과 같은 닭고기가 부드러운 면(麵)과 어우러진다. 어떻게 표현할까? 전국을 다니면서 먹어본 칼국수를 감히 비교하건대 이곳의 닭 칼국수에 대해 최고의 Yes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남대문 시장 '강원도 집'에서 파는 닭 곰탕 맛이 이곳에도 그런 맛이 살아있다.







보리밥은 덤으로 주어진다. 필요한 사람은 무료로 얼마든지 먹을 수가 있는데 대부분 칼국수 국물에 말아 먹지만, 길손은 상에 비치된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다. 원래 어릴 적에 보리밥에 질려서 돈 주고 보리밥을 사 먹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는데 다행이도 이곳에서 돈을 받지 않으니 내 맹세를 지키게 되었다.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강아지와 둘이 와서 칼국수를 먹었다고~











아래는 칼국수를 미는 장면을 차례로 찍어 올리니 바쁘신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서 나가기 바랍니다. 워낙 지루할 테니까





처음에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국수 미는 곳에 아무도 없었다.






국수를 거의 다 먹어가는데 사장으로 보이는 건장한 아저씨가 국수를 밀고 있다. 이미 상당한 넓이로 밀어진 것으로 보아 10분은 족히 지난 것 같다. 즉시 기록사진을 찍는다.








국수를 미는 두꺼운 나무판의 넓이와 두께도 장난이 아닌데 홍두깨의 길이는 대략 1m 50cm 정도의 길이다. 여자는 도저히 저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국수 미는 아저씨의 팔뚝이 그것을 증명한다. 국수가 워낙 넓게 펴지니 중간중간 저렇게 접으면서 작업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팔뚝의 근육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하겠다. 정말 고된 노동인데 이 한판이 35인분의 칼국수로 만들어진단다.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식칼로 능숙하게 썰어낸다. 보통 칼국숫집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은 작은 식칼을 이용하는데 여기는 포스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