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난 '얼굴 마담' 노릇 절대 안 해… 黨의 생리에 맞출 생각도 없고"

2016. 2. 29. 15:38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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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鍾仁' 그에 대해 길손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단지 아는 것이라곤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이고, 끈질길 정도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재벌을 경멸(?)하신 분?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재벌의 혜택을 많이 봤을 만한 사람이 그렇게 하니 조금 의아해 하긴 했지만, 그렇게 계속 주장하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더민주에서 그를 초빙하여 갔을 때 종편에서는 '神의 한 數'였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더민주로 간다고 했을 때 '노욕이 지나치다'라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중얼거려졌다.

그를 모셔온 것이 과연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그가 비밀 없이 만천하에 알려진 트로이 목마는 아닐까? 여당 생리에 익숙하던 분이 야당을 수술하러 들어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거니와 과연 그것이 통할까 했는데 그 특유의 단호하고 직설적인 리더십에 더민주 구성원들이 적어도 겉으론 꼼짝 못 하는 것을 보니 보통의 리더십이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리더십을 강의하는 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 김종인 편을 보니 이런 생각이 먼저 난다. "늙었다고 모두 保守가 아니요! 젊다고 모두 진보는 아니다." 그렇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고 思考의 차이다.

그가 나이에 어울리는 경륜과 지혜를 가지고, 야당을 새롭게 탄생시키겠다는 대의가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하기에 어렵지만 동의하고 싶다. 명쾌한 현실인식과 처방을 단지 '더민주' 만을 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높은 식견을 사용하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김종인이란 인물이 역사에 길이 남기를 바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말로만 골백번 '진보 정당'… 그건 진보 정당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시절 서민에게 무슨 도움 됐나"

"임동원·백낙청의 批判? 옛날에 사는 분이니까
유념할 필요 없어… 지금 시대에 맞지 않아"

인터뷰하는 처지에서 김종인(76)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매력은 할 말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캐치볼하듯이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더민주당을 맡은 지 한 달 됐다. 본인은 실권을 쥔 주인인가, 선거용 얼굴 마담인가?

"내가 '얼굴 마담' 노릇은 안 한다.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당 운영과 공천 문제를 문재인 전 대표와 상의하나?

"상의할 필요도 없지."

―현역 의원 공천 탈락으로 김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과 공격이 개시된 셈인데?

"반발과 부작용을 겁내면 공천 못 하지. 그런 공격에 난 흔들리지 않는다. 다 들고일어나겠다면 선거를 그만두자는 것이지."

―문재인 전 대표가 만들어놓은 공천 혁신안에 대해 '거지 같은 물갈이'라며 직접 공천에 관여하겠다고 했는데, 그쪽 진영에서 방관하겠나?

"말이 혁신이지, 현실과 동떨어진 기계적으로 해놓은 것이다.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내가 바꾸려고 하는데, 막겠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지."

―안 되면 대표직을 던지고 나올 수 있다는 뜻인가?

"끝까지 부딪치겠다면 내가 어떻게 하겠나. 물론 무책임하게 나오겠다는 것은 아니고, 당(黨)이 비정상적 상황을 맞아 나 같은 사람을 데려오지 않았나. 그쪽에서는 '왜 저 사람이 저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는 게 옳다."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는 한때 40% 이상의 지지율 환상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여기로 오면서 '국민의 눈에 수권(受權) 능력을 갖춘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당이 소위 집권 의욕이 별로 없어 보였다. 집권하려면 정책 목표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 새로워져야 한다. 고정관념에 매여 정체성 타령 하는데, '정체성이 뭐냐? 그걸 가르쳐달라'고 하면 아무도 대답 못 한다."

―공천 칼자루를 쥔 대표 앞에서 말을 못 했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입을 봉(封)하는 사람은 아니다. 밤낮 똑같은 노래만 불러왔는데, 분명한 것은 이런 생리에 나를 맞출 수는 없다는 거다."

―당(黨)이 내게 맞춰야 한다?

"뭐 그런 거지. 시대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그런 바뀐 모습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받겠다는 거다."

―당의 색깔을 바꾸고 있는 것에 대해 '김종인식 문화혁명(文化革命)'이라는데?

"내가 전방을 방문해 '북한 궤멸' 발언을 해 말이 많았다. 소련이 무너지는 과정이나 동·서독 통합 과정을 보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돈을 쏟아붓는 게 결과가 뻔하다는 것인데."

―'개성공단 중단은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다' '햇볕정책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발언도 당의 핵심 세력이 볼 때는 정체성을 흔드는 것인데?

"핵심 세력이 특별한 것 같지도 않고 확실하게 딱 정해진 정체성이 없던데 뭘 그래. 평화 통일 전략적 목표는 같아도 상황 변화에 따라 전술은 달라진다. 햇볕정책이 그 당시에는 맞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러면 바꿔야지."

―문재인 전 대표는 현 시국과 관련해 "전쟁이냐 평화냐"로 대응했는데?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고."

―정체성 문제에서 당 내부가 잠잠했던 반면, 당 외부의 진보계 원로라는 임동원·백낙청씨 등이 "평화·통일의 시대적 각성을 다하지 못하는 야당"이라는 성명을 냈는데?

"옛날에 사는 분이니까 유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김 대표와 연배가 비슷한데?

"사고(思考)가 다르다. 옛날 사고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으니 도움이 안 된다."

―본인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이 있을 때마다 "특별히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심심하니까 글 한번 쓰는 거겠지"라며 쿨하게 대응하는데?

"반응할 필요가 없으니까. 세상은 바뀌는데 정치인들은 한때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러니 국민의 외면을 받는 거지. 정당이란 세상에 적응해야 존재 가치가 있다."

―새누리당 시절 정강 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해서 시끄러웠는데, 이쪽에서는 '진보'를 빼고 싶은가?

"당시 새누리당이 그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덕을 본 거지(웃음). 이쪽 정강 정책에는 '진보'라는 단어가 없어. 지금 시대가 그런 이념에 사로잡히면 국민이 따라오질 않는다."

―더민주당은 무엇을 내세우려는가?

"실용적 정당이다. 국민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지, 원론적 얘기만 늘어놓으면 되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 차이가 보수·진보 같은 이념이지 않은가?

"경제학자들이 '신자유주의가 옳으니 케인스주의가 맞느니' 하는데, 이는 학회나 강의실에서 싸울 일이다. 현실에선 이것저것 합쳐서 쓰는 것이다."

 

 

 

―더민주당은 소위 진보 정당이 아닌가?

"말로만 골백번 '진보 정당'이라고 해봐야 진보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진보 정부라고 하는데, 그 시절의 경제·사회정책을 보면 진보 정책이 없어. 말로만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면서 실제 무슨 도움이 됐나."

―김 대표의 목표는 총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정권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그렇다. 수권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도 계속 당을 운영하겠다는 뜻인가?

"총선이 끝난 뒤 '내가 친노(親盧)이니까 한바탕 해보자'며 옛날처럼 서로 찧고 싸우면 남아있을 수 없겠지.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 목표가 있는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당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나."

―문 전 대표에게 차기 정권의 기대를 걸고 있나?

"나는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서 온 사람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가 솔직하고 성실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 안보 지혜, 글로벌 사회에 대한 인식, 경제 지식, 미래 교육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아도 기초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남에게서 듣고서 판단할 줄은 알아야 한다."

―주요 현안마다 문 전 대표와 의견이 충돌하는데?

"만나야 충돌하는 거지. 내가 당을 맡고서는 딱 한 번 만난 것밖에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새누리당 간판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설이 나오는데?

"새누리당 일부 계파가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당이 뿌리를 갖고 있는데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 유엔 사무총장 경력으로 대권 도전은 무리다. 전형적 직업 외교관이다."

―더민주당의 대선 기반을 만들어주려면 이번에 비례대표로 원내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아직 결정을 안 했다. 필요하다고 내가 판단되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

―내 관찰로는 김 대표는 권력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본인에게 권력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권력이 무슨 필요가 있나."

―필리버스터가 오늘(28일)로 엿새째다. 본인은 애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면서?

"원내 대표단이 그 방식을 제안했다. 우리 당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법 조항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으니 수정해달라는 것이다. 당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고 선거구 획정안도 통과시켜야 하니 어느 시점에서 멈추겠지."

―며칠 전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왜 하필 야당 대표를 만나러 왔나?

"나도 왜 왔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전쯤 통보가 왔다. 일반적인 예방으로 알았는데 장황하게 자료를 준비해 와 그런 얘기를 할 줄은 상상을 못 했다. 나도 놀랐다."

―일개 대사가 "사드 배치로 양국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꾸짖었다면 더민주당의 점수가 올라갔을 텐데?

"내가 정부에 있는 사람이면 그랬겠지만. 중국 인사들을 만나보면 우리에게 무례한 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조공받던 시절의 사고방식이다."

―이번 총선은 무엇이 쟁점이 될까?

"현 정부의 경제 실패가 쟁점이다. 국민들 삶이 어려워졌고 소상인·중소기업이 다 죽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걸로 가야겠지."

―박근혜 정부가 3년을 맞았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평가할 게 별로 없다. 평가할 게 있어야 평가하지 않겠나."

―안보·대북 정책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나?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나 통일 대박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됐나. 경제 성적표도 역대 정권에서 가장 나쁘다. 국제 경제 여건이 그렇다 쳐도 그걸 시인해야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해야지."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대통령 주변에서 상황 인식을 잘못 입력해준 거지. 그러지 않고는 이렇게 오지 않았다. 보좌하는 사람을 어떻게 잘 골라 쓰느냐도 대통령의 책임이다."

―애초 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려고 했나?

"그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좀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 그 주변이 심플한 사람, 이익 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봤다. 앞의 두 가지는 맞았다. 남들에게 신세를 안 졌기에 경제 운용의 틀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걸 내가 잘못 봤다."

―지난 대선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이 부르거나 챙겼다면 야당으로 갔을까?

"글쎄, 대통령이 된 뒤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어쨌든 팔자에 없는 일을 맡게 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싸우는 꼴을 보면서다. 안철수가 튀어 나가고 이쪽도 저쪽도 지리멸렬이고 한국 야당의 장래가 한심스럽게 될 것 같았다. 국민이 선택할 대체 정당이 있어야 하고 야당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새로워져야 하는데,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재인씨가 쳐들어와 사흘간 졸라대서 온 거다."

―애초 안철수의 국민의당에서 영입했다면?

"나는 그쪽에서 오라고 해도 안 갈 사람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면 흥분하겠지만, 정당은 아무나 몇 사람 모여 되는 게 아니다. 의원 생활 2년밖에 안 된 안철수가 경륜이 있나. 한때 40%가 넘는 지지율에 대한 환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제3당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국민의당은 왜 지금과 같이 됐을까?

"내각제라면 몰라도 대통령제에서 제3당은 성공 못 한다. 새 정치를 한다고 나갔는데 창당 과정에서 보니 새 정치 냄새가 안 나. 옛날 사람들이 하던 식과 똑같다. 그러면 기대감도 사라지는 거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정치人] '쌈닭' 주류도 잠재운, 김종인 '메스의 비밀'

 

[더민주 대표로 리더십 발휘… 정치권서도 '갸우뚱']

- 필리버스터 끝내라, 응원도 말라
의원들과 싸움 꺼려않는 배짱… 문재인, 실제 '응원 트위터' 중단

- 오래 봐온 환자 수술하듯 거침없어
"누가 그래? 그건 됐다" 단칼 정리, '野통합 제안'도 치밀한 사전계획

- 野 주류 "죽 쒀서 개 줬다" 비판
"공천 앞뒀으니 참겠다"며 별러… 金 최근 사석서 "난 대장 체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민주를 '무혈(無血)' 접수한 듯 보인다. 친노(親盧) 등 야당 주류(主流)는 이렇다 할 저항도 없다. 지지층의 열광 속에 진행됐던 필리버스터도 말 한마디로 중단시켰고, 광주의 운동권·주류 출신 3선을 공천에서 배제해도 조용하다. 주류는 "선거를 앞둔 위기감 때문에 참고 있을 뿐 그의 능력이 특별하진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조차 능숙한 외과의가 환부를 도려내는 걸 보듯이 지켜만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투쟁성 강한 더민주 주류를 순한 양처럼 만든 김종인 리더십을 보며 "한마디로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고 하고 있다.

◇"능력 안 되면 정치하지 마"

그는 일단 의원들과 싸움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하려면 해보라'는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말 김 대표는 당 지도부에 "2월 29일 자정까지 필리버스터를 끝내라"고 했다. "핵심 지지층이 열광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자 김 대표는 "선거는 핵심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와 보수를 보고 해야 이긴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에는 "필리버스터 관련 응원 트위터를 그만해달라"는 뜻도 전했다. 문 전 대표의 트위터 정치도 곧 중단됐다.

 

 

 

 

또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당 바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김 대표는 국민의당에 통합을 전격 제안했다. 허를 찔린 국민의당은 "진의가 뭐냐" "뜨거운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사전에 이미 복당 가능한 탈당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의사 타진을 했고, 탈당 1년 이내라도 복당이 가능하도록 당헌·당규를 고친 뒤 제안 시기를 재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가 3일 "점쟁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대표는 "그 정도도 준비와 예측 능력 없으면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의 측근은 "총선 이후 계획까지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며 "이쪽에서 저항하면 저쪽 이슈로 넘어가고 하다 보니 주류들이 전선(戰線)을 제대로 형성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모르면 까불지 마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월 12일 밤 김 대표 자택으로 찾아와 "당을 살려 달라"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을 때 주변에선 그가 '얼굴마담'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선거 직전 데려오는 외부 인사는 그 정당의 속내를 몰라 휘둘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장기간 지켜봐 온 환자를 수술하듯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댔다. 강기정 의원 공천 탈락 이후 주류에서 월권(越權)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상황을 정리했다. "비상 상황이니 당대표가 비상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공천 전권을 쥐었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야당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패권의 중심, 막후 실세, 비선 등 야당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노선과 정책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 "누가 그래?" "그건 됐다"며 단칼에 상황을 정리하는 것도 그의 힘이다. 단답형 문답으로 상대를 주눅 들게 한다고도 했다. 야당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들이 어설픈 논리로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제압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는 "김 대표는 정치인의 경험과 학자의 이론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죽 쒀서 개 줬다고?

이런 그의 강점이 당 장악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론 100% 설명이 안 된다. 여야 정치인들은 "선거와 공천을 앞두고 있는 특수한 상황도 그가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게 하는 중요 요인"이라고 했다. 실제 야당 주류는 "선거 때까지만 참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금은 공천권을 쥔 그의 우클릭이나 전권 행사를 참고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다시 주인 자리를 꿰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 최근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죽 쒀서 개 준 것 같다"며 김종인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자 김 대표는 "자꾸 그런 소리가 나오면 문재인 대표에게도 좋을 것 없다고 전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내가 '못 하겠다'고 하면 손해는 자기들이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통령감 없다"

특별히 자리 욕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그의 힘을 살려주고 있다. 잃을 게 없으니 주류들이 "당신 그러다 다친다"고 해도 "그래? 그럼 나 그만둘 테니 너희가 다시 해봐"라고 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친박계 핵심 인사도 비슷하게 말했다. 그는 "김 대표의 힘은 '언제든 그만두면 그만'이라는 데서 나온다"며 "그를 모셔와 놓고 다시 내치는 모습을 보이면 모셔온 쪽이 국민에게 경제 민주화나 당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비치는, 일종의 '덫'에 빠진 상황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난 사심(私心)이 없다"며 총선 이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더민주에 남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민주화라는 상품으로 야권의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킹메이커를 하려면 킹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야당에는 대통령감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나는 부(副)대장보다는 대장 체질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는 처음인데 뜻밖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치의 속성을 잘 아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일부에선 김 대표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기만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