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 아무래도 오후에는 눈이 내릴 것 같은 기대감으로 서둘러 노숙산중 채비를 하여
북으로북으로 차를 몰았다.
한창 젊은 오빠?..지만 일이 없으니 산속에 기어 들어가 뗄감이라도 주워와야 이 겨울을 날 일이다.
서울 한폭판에 살지만 군불을 지피면 산다.
나무는 소위 지자제들과 벌목회사? 들이 눈가리고 아옹하는 짓거리로 도로 섶이야 벌목을 정리했지만 깊은 산중에가면 무지막지, 마구잽이로 베어서 정리도 아니한 나무들이 지천이다.
산골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산촌에서 굴뚝 연기가 하늘로 올랐다.
석유가 비싸지니 자연 굴뚝에는 연기가 솟기 마련이다.
연기를 보아서는 참나무 연기다.
80순 우리 아부지도 아직도 겨울이면 시골에서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르시어 나무하러 다니시는데...젊은 넘이 빈둥거리면서 지게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차로 하러다니는 것 조차 아니한다면 그도 사람이 아닐 것이다.
끄무리한 겨울 하늘은 雪舞를 추며 함박눈이 내릴 듯이 여릿여릿 여인네 옷 갈아 입는 소리를 금방이라도 낼 듯 하고
北氷風을 가르며 남으로남으로 내려 온 철새들도 산길로 들어서는 나그네 캠퍼를 설레이게 세세 거리면서 나즈막히 날았다.
4륜구동 차가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노루 골이다.
이 산골은 딱히 이름이 없었지만 지난해 겨울 함박눈 내리는 날 한층 궁뎅이 판이 넓어진 자세로 왜-왜액 거리는 노루 사랑소리를 듣고 나서 그냥 내가 편하게 노루 골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이기도하다.
비포장 도로 큰 고개를 넘고 군인들만 지나다닌 산길을 한참 더 들어서자 응달 편에 지난번 내린 눈위로 아직도 산중미물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제법 큰 산짐승의 발자국이다.
깊은 산속에서 산 짐승 발자국을 보면 산이 살아있음을 표하는 일이다.
대충 땅바닥에 자리를 깔았다.
솔 향기가 가득한 1급자연 호텔인 셈이다.
날이 저물기 전에 배도 고푸고 서둘러 여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산에 들어 온 이상 나도 미물이나 다름이 없으니 굳이 식사라고 하지 않고 여물이라고 해도 그리 마음 상할 일도 아니다.
해묵은 김치를 두시간 이상 푹 고아 김치가 흐믈거리면 그때 두툼한 삼겹살을 넣어서 30분 정도 끓이면 아주 맛있는 술 안주가
될 것이다.
산중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어디선가
"야잇오옹!"
하는 짐승 소리가 들렸다.
얼핏 들어서는 들고양이 소리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였다.
산속에서 안 그래도 외롭던 차에 아주 반가운 소리다.
소리나는 쪽으로 어슬렁 어슬렁 더 산길을 들어가니 저만치 검은 짐승이 꺼칠하고 우중충한 덤불사이로 급히 몸을 숨겼다.
"어이 이사람아 ..뭐 그리 도망 갈 일도 없네그려...내 원래 머리에 든 것이 없어 순쪼데기 같은 사람이니 왠만하면 수인사는 못 나누더라도 오늘 밤 자네 나하고 같이 지내보세!"
미친놈처럼 이런 말을 그 검은 짐승에게 조용히 말하고 우두커니 그자리에 서 있었다.
허긴 저 검은 짐승도 산중귀물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 노루골 안에서만큼은 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인 셈이다.
"이사람아 얼굴 쫌 보세.."
움직이지 아니하고 멍청하게 보이면 산짐승도 경계심을 풀 고 나타 날 것 같아서 멍청한 얼굴로 기다렸다.
드디어 그 검은 줄무뉘 짐승은 마른 풀 숲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밀었다.
"허허...그래 반갑네!..나는 서울서 놀러 온 사람일세 ... 요아래 식사준비 중이니 왜만하면 내려오시게 같이 식사라도 하세그려"
그런 말을 던져놓고 슬금슬금 모른척 다시 노숙 자리로 돌아왔다.
뒤들 돌아보지 않았다.
여우는 되 돌아서 산을 내려가는 인간에게 배를 땅에 깔고는 뽀오햔 잇발을 드러내고 머리털을 세우면 마치 늙은 할머니처럼 보여서
"늙은 여우갔다"
이런 말을 인간들이 지어서 사용하는데..여우가 아니다 하여도 가능한 뒤 돌아보지 아니해야 곙계심도 풀어질 일이다.
대충 향기나는 소나무 숲속에 잠자리를 깔았다.
서울대병원에서 간 수술대에 누웠던 내 친구 세명이 이미 저세상으로 갔지만 간 수술 후 내 조언으로 산속 소나무 숲으로 들어 간 지인은 올해 8년째 살아있다.
드디어 木神이 육신을 아낌없이 태워준 덕분에 놋쇠걸이 솥에서 부글부글 김이 서너시간 오르고 삽겹살이 드디어 고기가 말랑말랑 익었다.
그리고 영하 5도는 족히될 추운 날씨라서 우선 소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고나니....
아 조금 전 숲속에서 만난 그 미물이 아주 가까이 와서 나를 경계심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 한편으로는 ...지독히 굶주린 서글픈 표정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오 자네 왔는가...오시게 오시게..좀더 가까이 오시게...배가 고프시다면 내 먹거리를 나누어 주겠네 어서 이리 오시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삽겹살을 들고 나는 그분과 하룻 밤 산 벗이 되고 싶어 그를 반기는 표정으로 맞았다.
그러나 좀체로 그는 내가 바라는 되로 더 가까이 오지를 아니했다.
좀더 가까이 오시라 오시라 하여도 아니오시던 산중 분이 삼겹살을 내려놓고 파주 참게 한마리를 던져주자 잽싸게 물고 사라지더니 잠시 후에 다시 나타났다.
처음엔 들고양인가 했는데 나중에 더 가까이 보니 어쩜 삵 같아 보였다.
어미가 아니고 아직 어린 삵 같아 보였는데 ......참게 한마리 그 맛에 그만 이 지구상에 가장 표독한 인간미물에게 낮선 경계심을 풀고는
아..아 드디어 내 의자 밑에 까지 다가왔다.
서둘러 이번에는 잘 익은 삼겹살 한 덩어리를 주었다.
물고 또 도망을 가겠지! 하였는데 물고 도망가지 아니하고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주 조용히 내가 손을 내밀어 그의 등어리를 만지려고 하자 화들짝 놀라서 번개같이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어이 이보게 뭘 그리 놀라서 도망을 치시는가?...자네가 猫군인지 삵인지 모르지만 내 그리 악한 놈 아닐세...배고프면 더 줄태니 이리 다시오시게, 날씨도 추운데..여긴 따뜻한 화로가 있지를 않는가?"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닥 불에 붉은 삼나무는 타닥거리면서 육신을 태워 불꼿을 밤하늘로 올리고
드디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아아.....후레쉬를 하늘로 비추어보니 함박눈이다.
급히 서울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성북동에는 비가 온단다.
서울은 비가 오고 철원 산중에는 눈이 내린다.
한참을 밤 하늘에 너울 춤으로 내려오는 함박눈을 처다보는데...어?...어느새 그 미물이 다시 내 가까이 와 있었다.
"이사람아...도망치미 말고 지금부터 나하고 대작이나 하세그려!"
이번에 막걸리를 한잔 부어서 마시고 반잔을 부어 그에게 주었더니 입을 조심스레 갖다되더니 사례를 쳤다.
그리고 나는 빤히 처다 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이제 두려움이나 경계심은 사라진 듯 하였다.
배불리 먹은 그분은 열심이 입가에 묻은 삽겹살 기름을 혀로 딱아내고 털 이곳저곳을 마치 새신부가 밤화장을 하듯이 꼼꼼하게
장작불 아래서 하였다.
그래....우리 인간이 산짐승을 더럽다.. 천시하기도 하지만 이리도 깨끗하게 자신을 다듬질 아니하는가?
몇차례 내가 그에게 먹을 것을 더 나누어 먹고 나니 이젠 첫눈에 반한 사이처럼 일정한 거리만 유지하고 내 노숙자리를 떠나지 아니했다.
그러더니 인간이 먹는 여물을 배터지게 얻어 먹은 산중미물은 따뜻한 모닥불 아래....천진하게도 눈을 감으면서 늘어지기 시작했다.
등따시고 배부른 모양이다...그래서 자연히 잠이 오는게다.
인간도 등따시고 배부르면 잠이 온다.
그러니 미물이나 인간이나 다 비슷한 것이 자연적일 것이다.
사방은 어둠으로 가득하고, 사삭사삭 눈내리는 소리만 정적을 숨죽이리고 속삭이는 듯 하다.
아아..산중에서 인간미물과 산중미물이 함께 하는 시간이라선지 저으기 흥분이 되기도 하였다.
산중 미물을 대 할 때는 마음속에 慾이나 殺이나 가식이 없어야 경계심을 푸는 법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몇 번이 부딧쳤던 오소리가 결국 묵묘 옆에서 동사 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만난 野猫군인지 삵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사기를 치거나, 가슴에 화살을 날릴 위인들이 아닐 것이다.
문득 산중에서 獨濁酒에 취한 이런 쪼데기 가슴에, 산에서 仙坪道人 내려와 잊을 수 없는 묵필 한 획을 긋고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 간듯하여 요며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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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다리 글
구름아 그름아 하는넘이 주말 노숙산중에서 산중미물을 만나서 2박3일동안 함께 지내다가 돌아왔다.
2박3일 동안 매 끼니마다 여물을 나누어 먹고 지냈는데...짐을 챙기는 사이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그가 이 추운 산중에서 무엇을 먹고 살지..궁금하고 특히 그가 들고양인지 아니면 어느 동물애호가 말되로
삵 새끼인지 ..귀에 휜털이 조금 길게 나오고 몸 무뉘가 마치 삵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삵이든 들고양이든 세상 慾으로 가득한 이 인간미물과 스스럼 없이 함께 할정도면 틀림없이 얼빠진 놈인것은 확실하다
인터넷에 삵 사진을 찾아보니 더욱이 그 궁금증이 더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들고양이면 어떻고 삵이면 어떠한가!
나같은 인간미물과 산중미물이 2박 3일동안 함께 숙식하고 食口로서 지낸 그 추억만으로도 값진 것이 아닐까 한다.
2009년 11월 25일 성북동에서